‘수화기본법’제정을 위한 정책간담회 열려

 
 
수화기본법 입법 추진을 앞두고 농인의 권리보장 내용을 포함하는 수화기본법 제정이 주요쟁점으로 떠올랐다.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와 수화언어공동대책위원회(이하 수화언어공대위)가 지난 12일 오후 이룸센터에서 ‘수화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정책간담회는 현재 입법 추진 중인 수화기본법의 활동경과와 입법과제 및 세부 법률안에 대해 보고하고 수화기본법의 문제점과 보안점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된 자리로,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를 비롯해 수화언어공대위의 김철한 활동가,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 인권연대 장애와여성 마실의 김광이 대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안세준 고문 및 농인과 관련자들의 참여로 진행됐다.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작년 수화언어공대위가 설립된 후 수화기본법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어 지난 5월 공대위의 입법청원 요청을 받아들였고 현재 법제화 작업을 통해 초안을 완성한 상태다. 이번 간담회 이후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법안을 보완하고 더욱 실질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활동경과를 보고 했다.

이어진 수화기본법 제정을 위한 입법과제 보고에서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 좌혜경 실장은 “수화가 청각장애인의 제1의 언어임에도, 언어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수화교육을 받지 못하고 수화 습득과정 역시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총 5개 항목으로 구성된 법률안 입법과제를 설명했다. 입법 과제는 ▲제1장 총칙 ▲제2장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 ▲제3장 수화의 보급 및 활성화 ▲제4장 지원체계 ▲제5장 보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총칙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수화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임을 밝히고 한국수화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언어생활에 있어 농인의 권리를 신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기본이념으로는 농인은 제1언어로 수화를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와 국민은 수화와 농문화의 지원과 육성에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법률세부안으로는 △수화를 사용하는 농인과 농문화 및 수화통역 관련자가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차별금지법 △농인과 농문화·수화통번역 관련자에 대한 용어의 정의 △한국수화의 진흥을 위한 지원·홍보 노력 의무 등의 조항이 있다.

제2장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한국수화의 발전과 교육·보급을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함 ▲관계중앙행정기관의 협력구조 마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한국수화심의회 확정 ▲각부각처장 역시 국가의 기본계획 수립에 따라 이행계획 수립 및 보고 절차등의 기본계획 수립 사항을 밝히고 있다.

위 기본계획의 세부사항으로는 △한국수화정책 기본 방향과 추진 목표 △한국수화 표준화 연구 및 추진 방안 △한국수화 보급, 활성화 방안 △교육과정에서 한국수화 사용 활성화 및 관련 교원 양성 방안 △농인의 한국수화 사용 환경의 개선 및 농문화 지원 방안 △한국수화의 정보화 및 매체접근 개선방안 △한국수화 통역, 번역 제공 방안 △한국수화 관련 수화통역사 등 전문 인력 양성방안 △남북한 수화 통일방안 △한국수화의 발전을 위한 민간부분의 활동 촉진 △그 밖에 한국수화의 발전과 수화와 관련한 교육 보급 및 문화 확산 등에 필요한 사항 등이 있다.

 
 
이에 좌 실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이에 따른 시행계획표를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장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수화의 날을 제정하여 국의 수화에 대한 의식을 확산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3장 수화의 보급 및 활성화에서는 ▲한국수화재단 설립 ▲한국수화의 표준화 ▲한국수화를 통한 교육의 제공 및 보급 ▲한국수화의 정보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4장 지원체계에서는 △수화통역서비스센터 및 연계조직 설치·운영 △수화통역사 등 전문인력 양성 △수화를 사용하는 농인 가족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 △민간단체 및 관련자 등의 활동 지원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좌 실장은 “수화통역서비스 센터를 관련 지자체마다 설치하도록 하고 수화통역사라는 직업을 안정된 일자리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일정 이상의 수화자격체계를 마련하여 수화통역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고 말하며 이어 “농인들의 직업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수화를 사용하는 농인 당사자와 관련하여 또한 농인과 농인의 가족 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지원서비스의 지원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문화를 포함하는 수화기본법 제정 의견 ‘팽팽’

수화언어공대위의 김철한 활동가는 수화기본법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법 제정을 위해서는 수화기본법 제정에 대한 당위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화를 사용하거나 제공받을 권리가 명확히 녹아나는 방향의 법률 제정이 이뤄져야 하며 수화기본법에 농문화 부분이 포함 돼야 한다는 것.

아울러 “수화기본법은 수화를 사용하는 농인들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농인 주변인의 문제 역시 포함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인권연대 장애와여성 마실의 김광이 대표는 김 활동가의 농문화를 포함한 수화기본법 제정 의견에 동의하며 “차별금지와 권리로서의 명확한 언어 사용이 필요하다. 아직 농문화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이뤄져 있지 않지만 농문화 관련 내용은 수화기본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차별금지보다 권리 보장을 우선으로 하는 수화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수화기본법의 목적은 농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기존의 ‘수화기본법’이라는 법명을 ‘수화언어 및 농문화 지원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화기본법에 농문화를 포함하면 법률의 다양성을 높이고 농문화 부분을 전략적으로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하는 교육 부분에 있어 전략적 생애주기학습의 기회와 권리 측면에서 수화교육의 영역을 상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이에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수화기본법의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며 “수화기본법은 수화와 관련된 내용을 법적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기본법이다.”이어 “아직 농문화에 대한 규정이나 지원할 수 있는 내용과 체계가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 법체계에서 농문화를 포함하는 수화기본법을 제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 수화기본법 제정에 있어 농문화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면서 “농인들이 만들어 온 문화라는 것에 대해 일정 근거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정의 부분에 농문화를 넣어 추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후속적으로 당사자나 활동가 혹은 단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겠다.”고 차후 법의 개정 가능성에 대해 답했다.

 
 
수화교육법에 대한 수화의무교육을 놓고도 견해가 나뉘었다.

김광이 대표는 “수화교육법과 관련해 수화교육이 의무화 될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수화교육법에 제기된 문제와 관련해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수화의무교육은 상당히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법에 ‘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넣으면 규정을 근거로 상황에 따라 법에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 따라서 차후 당사자가 느끼는 문제점들은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김광이 대표는 법의 자율성을 위해 ‘할 수 있다’는 표현에 일정 근거를 마련해 법 개정의 여지를 남겨두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농문화의 명확한 정의 설정을 통해 농문화의 기본 목적이나 용어 정의를 한 후 민간단체 주도로 농인들이 농문화를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농인과 관련하여 민간단체 지원체계가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에 농문화를 인지하는 차원에서 가능한 한 ‘할 수 있다’는 표현은 빼는 방향으로 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법의 명시 방법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남병준 정책실장은 수화기본법의 완성도나 설득력은 인정하면서도 기본계획(△제13조 한국수화를 통한 교육 제공 △제14조한국수화의 보급, △제15조 수화통역서비스센터의 설치·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기본계획의 제13·14·15조항에는 농인을 위한 실질적 서비스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며 이어 법 추진의 용의성과 ‘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얻어지는 법의 자율성에 대해서는 반대측면에서도 생각해 보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의 강제성이 떨어지고 구체적이지 못한 측면을 지적하며 “당사자들의 경험은 무시하고 권리들을 나열하는 법 제정은 지양되어야 하며 13,14,15조항이 더 구체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권리 나열의 기술방식이 아닌, 권리를 먼저 선언하고 서비스를 보장하도록 하는 구체화된 방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농문화 및 수와언어를 두고 관련자의 의견 또한 팽팽히 맞섰다.

한 청각·언어 장애인은 “농인에게 수화와 농문화는 생명과 같다.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중요하게 여기듯 우리 농문화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의견을 밝혔고 이에 맞서, 한 청각·언어 장애인은 “문화는 상대적인 것이다.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농문화와 수화언어에 대한 정의가 다를 수 있다.”며 농문화와 수화언어에 대한 정의 및 표준화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수화기본법 제정에 대한 관련자들의 여러 의견이 있었다. △농인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전문 통역사 인력 확충 △수화심의회 운영의 투명성 필요 △수화언어의 명칭에 대한 표준화 문제 △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를 시정하기 위한 벌칙조항의 부재 △농인들을 위한 문자표시 서비스 등이다.

이에 진보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기본법은 기본법의 기본정신을 지키기 위한 법으로 세부적인 법은 따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번 수화기본법은 기본법 형태의 법이라 지원체계와 관련된 형태의 벌칙조항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수화기본법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 기본법에 요구되는 여러 사항을 수화기본법에 포함하여 입법을 진행하는 것과 수화기본법 제정 이후 관련된 법을 추가로 제정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일단은 수화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관련법을 개정하여 요구사항에 대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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