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30일 시작된 MBC 총파업은 노조와 회사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현재 117일째 이어지고 있다. MBC는 25일 사내 공지를 통해 노동조합 파업에 가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내달 1일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MBC는 공지 글에서 "내달 1일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회사는 업무 정상화와 올림픽 방송의 완벽한 수행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복귀명령에 불응한 직원에 대하여는 사규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밝혔다.

   나는 MBC를 보는 시청자로서 ‘무한도전’을 즐겨본다.
하지만 MBC의 장기화된 파업은 무한도전을 ‘추억’ 속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만들 지경에 이르렀다.    프로그램의 결방이라는 결정을 내린 김태호 pd의 결단력과 지조는 높이 사야 한다. 예능프로그램의 pd인 그에게 따르던 프로그램의 인기와 명성은 실로 높았다. 하지만 그는 결방으로 인한 몇 십억에 이르는 손실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지지하a며 많은 시청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예능프로그램’의 PD인 그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할 의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어겼다고도 볼 수 있다. 파업의 시초는 MBC의 신임사장인 김재철에 대한 불신임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스캔들과 비리 등으로 얼룩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수많은 노조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죄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한 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뜻을 함께하던 노조원들의 이탈 또한 심화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자리에 복귀한 배현진 아나운서, 노조를 탈퇴한 양승은 아나운서 등이 ‘배신자 낙인’이 찍히면서 동료 아나운서를 비롯해 네티즌들에게 까지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물론 그들은 수 년 간의 노력 끝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방송국에 입사했고 그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뜻을 함께 하자고 약속했던 남아있는 이들의 마음에는 배신감 만이 남지 않았을까? 또한 MBC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이렇게 많은 노조원들이 보도 제작에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MBC의 운영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시청자들에게는 ‘무한도전’과 같은 국민적인 인기를 얻는 예능이 무기한 결방 되고 있다는 것 외에는 MBC 파업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시청자들에게 리모콘은 권력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흥미가 사라지면 바로 다른 방송국의 채널로 돌리는 것이 이 세계의 냉혹한 법칙이다. 따라서 MBC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기는 하겠지만 전 국민적으로 파업을 지지하거나 김재철 사장에 대한 퇴출 운동에 대한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공정성, 객관성의 대표가 되어야할 방송사마저 이러한 부정과 비리에 휩싸이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언론의 기능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만약 MBC의 노조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계속된 만행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쉬쉬했다면 어땠을까?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매일신보, 황성신문을 비롯한 언론사들은 일제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았다. 신문지법에 의해 회사가 문을 닫을지언정 활발히 민족운동을 전개하고 후원해 나갔다. 내가 지향하는 언론사와 언론인의 면모는 생존을 위해 변절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 의식을 가지고 권력이나 외압에 펜을 꺾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비판정신, 저항 정신을 보여주었던 일제시대 언론사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의지가 꺾이지 않기를 MBC의 노조원들을 마음으로나마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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