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은 '세계화'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미 우리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의 세계화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 가장 쉽게 볼수 있는 칠레 산 포도, 와인은 FTA의 경제적 세계화의 대표적 산물이고, 그 외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식탁에서 볼 수 있는 무수한 서양식 음식들, 그리고 포크, 나이프, 나아가 총체적 서구 문화 등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세계화의 한 부분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한류 또한 세계화의 대표적 사례가 아닌가. 하지만 과연 '세계화'에 대해 우리는 정말 올바르게 이해하고, 우리들의 미래와 관련하여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
  나는 국제 통상학과 진학을 꿈꾸는 학도로서, 세계 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외국에서 산 경험은 없지만, 뉴스, 신문, 서적, 및 해외여행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와 접하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지식을 키워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세계화에 대해 조금 더 연구하고자 여러 참고 도서 및 자료들을 찾아가며 읽은 책이 있는데 그중 가장중점을 두고 읽은책이  '세계화 역사와 패권 경쟁'이라는 책이다.
  서울대출판부에서 출판한 이 책은 세계화와 관련한 역사와 오늘날 세계화라는 맥락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 패권 경쟁에 대해 9명의 학자가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오늘날 세계화는 누가 주도하는가? 또 어떻게 추진하는가? 하는 것은 세계화에 관한 논쟁에서 중요한 쟁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눈에 띄는 해답들은 절충이 불가능한 모순 관계에 있었다. 한편에서는 미국의 금융계와 재무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미국조차도 거역하지 못하는 자본의 논리가 세계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단순한 견해를 거부하고, 이 책은 역사 속에서 설명의 단서를 찾는다. 여기에 논문을 기고한 9명의 학자들은 세계화를 지구를 무대로 설정하고 해외로 팽창했던 강대국들의 역사에서 따로 떼어낼 수 없다고 보았다. 이들이 보기에 핵심적인 문제는 강대국들이 패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며 팽창 정책을 어떻게 설정하고 추진해 왔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지금까지 세계화 논쟁에서 간과되었던 두 측면, 즉 국가안보가 패권 국가들의 세계화 정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그리고 패권 경쟁에서 밀려난 강대국들이 저항과 편승이라는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화의 전망과 한국의 과제도 검토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 모두를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나는 인류의 역사 그 자체가 바로 세계화의 역사라는 생각을 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오늘날과 같은 세계에 애한 인식이 나타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고대인들에게는 자기들이 사는 곳과 그 인근의 나라들이 세계의 전부였다. 서양 사람들은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고, 중국도 자기들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므로 원론적으로 세계화의 역사는 서로 고립되어 있던 지역들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상호 소통하게 되는 장기간의 과정 속에서 세계의 구조가 지역적으로 확대, 구조화 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항해해서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을 기점으로 서양인들은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세계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세계의 전체 모습을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세계화의 역사에서 또 한번의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18세기의 산업혁명의 성과로 인하여 세계 구조 속에서 유럽의 우위가 의심의 여지없이 분명해지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각 나라들은 이를 토대로 새로운 시장과 노동력을 찾기 위해 다른 나라들로 진출하게 된다. 16~18세기 유럽 세력의 해외 팽창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동인도회사는 아시아와 유럽의 조우라는 현상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의 하나이다. 공식적으로 1602년부터 1799년까지 존재한 이 회사는 약 2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었다. 동인도회사는 당시 유럽 최고의 상업 세력권이었던 네덜란드의 국가 독점 기업으로서 아시아에 많은 지사를 설치하고 대륙 간 무역 및 아시아 내의 무역을 주도했다. 이 회사는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두 문명이 직접 만나는 중요한 창구였으며, 이를 통해 두 문명권의 관계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정리되는 하나의 계기를 제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 20세기 후반의 세계화 과정에서 그 질서는 미국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1990년대를 전후로 한 시기의 세계화를 미국화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중심의 세계화 질서 속에서 유럽 국가들이나 일본은 여전히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동맹을 택하고, 오히려 일본과 미국의 동맹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2차 세계대전 및 냉전시대 이후 사회주의의 붕괴로 세계의 패권을 자연스럽게 쥐게 된 미국은 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들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하고 제재하는 보이지 않는 위협의 주체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나에게 세계화가 단순한 경제적 큰 흐름을 넘어 첨예한 세계 정치의 패권전쟁임을 더욱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평소 시사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신문 스크랩을 하면서 파편적으로 알고 막연한 궁금증으로 가지고 있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정말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고 세계화의 모순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도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전 세계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유토피아는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고 해서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치열한 과정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들을 발견하고 또 개선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천박한 자본주의의 폐해를 비판하고 개선해가며 인간의 얼굴을 한 진정한 세계화의 방향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 그것을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때 우리 인류에게 비로소 희망이 싹트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나는 미래 국제통상학도로서의 가치관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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