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음야학, 그 현장을 취재하다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부산 수영구 새마음야학의 수업 모습.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부산 수영구 새마음야학의 수업 모습.
 2015년 10월 26일 저녁 8시, 가을의 정취가 만연한 어느 날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동의 한 주택가의 지하에서 끊임없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새마음야학’ 이라 새겨져 있는 입구의 간판은 희미하지만 그 존재를 드러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듯 보였다. 이를 지나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 보니 55m²(약 16평)의 불과한 조그마한 공간과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급훈’. 그렇다 이곳은 급훈이 걸려 있기에 마땅한 엄연한 학교인 것이다. 하지만 일반학교와는 차이가 있다. 야간학교(이하 야학)라 불리는 이곳은 정규교육 과정을 받지 못한 소외층을 위해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설립된 곳이다. 부산 지역에는 8개의 야학이 현재 운영되고 있으며 그 중 앞서 말하였던 ‘새마음야학’에 직접 방문하여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이곳 야학의 학생은 12명으로 연령은 50~60대이며, 최고령 학생은 64세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며 평균이동시간 40여분(왕복 1시간 20여분)에도 굴하지 않고 배우고자하는 열정 하나만으로 하루 3시간씩, 주말을 제외한 주 5일을 수업을 받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최고령자인 학생은 “당장 먹고 살기 바빴던 하루하루를 보냈던 과거의 모습을 생각하면 배우지 못한 것이 너무 한이 되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또 다른 학생은 ”우리가 어릴 때는 '여자는 집안일만 잘하면 된다' 라는 사회적 인식과 가정 형편상 교육의 기회를 동생들에게 양보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으며 ”시대가 많이 변한만큼 요즘은 길에 가다보면 한글보다 영어가 더 많이 보인다. 그러다보니 사는 것이 더 답답해지는 것 같더라“ 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본인을 위한 것도 있지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자식들을 위해 한다는 학생도 있었다. “아직까지도 취업지원서에 부모학력을 기재하게 되어 있다더라. 부모의 짧은 가방끈이 자식들에게 걸림돌이 될까봐 걱정스럽다” 며 탄식하였다. 이와 같이 개개인마다 이런저런 사정과 ‘늦깍이 학생’을 자처하게 된 계기도 가지각색이지만 늦게나마 배움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주어진 기회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그 자체가 행복이자 삶의 활력소라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또한 이러한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 뒤엔 든든한 지원군이자 배움의 원동력이 있다. 바로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선생님들이다. ‘새마음야학’만 하더라도 10여명에 달하는 선생님들이 있으며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 공무원 등 그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은 개별로 사전 조율을 통해 개인 수업일정(주 1회, 1시간 30분)과 과목을 배정받고 각 수업에 따른 모든 방법과 방식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1년 반째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는 정종현(24세, 동의대 경제학과 2년) 선생님은 “군대 전역 후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찾다가 알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라며 바쁜 와중에 수업준비는 어떻게 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바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학교 시험공부며 자격증 공부, 영어공부 등 제 할 일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평소 틈틈이 준비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잘 따라와 주는 학생들을 보면 학생인 스스로에게 귀감이 된다.” 라고 말하였다. 또 다른 선생님은 “가르치러 가는 것이지만 도리어 배우고 오는 것 같다. 시기를 막론하고 배움에 대한 열의를 보여주는 현장의 열기는 교육의 장이자 나를 돌아보게끔 하는 성찰의 장이라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선생님과 학생이 보여주는 열정에 비해 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시설 내 유일하게 물을 공급하여 주는 구석 한 켠에 위치한 싱크대는 양수기에 의존해야만 
배수(排水)되고, 실외에 위치하고 있는 화장실은 한 사람만 겨우 들어가는 규모에 희미한 백열전구 아래 세출식 변기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름철엔 환기가 되지 않아 곰팡이가 금방 슬게 된다.
게다가 학생 수도, 선생님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야학들이 존속과 폐기의 기로에 선 배경에는 2007년 이후 정부의 지원이 끊긴 이유가 가장 크다. 따라서 학생과 선생님들이 소정의 금액을 각출하여 유지를 위해 겨우 충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끔 한 당시 세대의 노고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흔히들 말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는 당시 사회적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던 주역들이 가졌어야 할 당연한 권리는 왜 존경받지 못하는가. 이에 따른 정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더 좋은 환경과 시설, 전문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사설 학원을 찾아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 있는 야학을 찾는 이유는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정과 상호의존적인 수업방식, 졸업식, 방학, 다과회, 각종 행사 등과 같은 학교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분위기가 인간다운 삶을 가져오고 학교를 다니고자 했던 과거의 갈망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 마음 한 편에 그리움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작권자 © 복지TV부울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