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사랑합니다

이렇게 유언장을 쓰니 감회가 새롭네요.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떠날 수 있으니 이렇게 글을 몇 자 적어봅니다. 다들 죽은 나 때문에 오랫동안 슬퍼하지 말아요. 가끔가다가 한번씩 나를 기억해주면 정말 행복할 거 같아요. 지난 날을 생각해보면 정말 힘든 일이 많았네요. 취업이 되지 않아 정말 힘들었던 20대였어요. 30대는 20대의 악몽 때문에 정말 악착같이 돈을 벌었어요. 아마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앞만 보고 질주하다가 고장 났을거에요. 그래도 열심히 일해서 차근차근 노후를 준비해 지금은 편한 생활을 즐기고 있네요. 나이 40을 넘겨서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다녀서 다들 놀랬었죠? ‘무엇 때문에 내가 사는가?’,‘이렇게 사는게 과연 행복한 일인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공허한 느낌 때문에 제2의 사춘기를 보냈었어요. 여러 곳을 다니면서 다시 한 번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기였어요. 다들 왜 이렇게 막 나가냐고 다그쳤지만 전 이 시기가 정말 좋았어요. 옆에서 막 나가는 저를 바라보느라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제일 힘들고 슬펐던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무리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다고 하지만 부모님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드리기 힘들었어요. ‘있을 때 잘할걸’이라는 생각 참 많이 했어요. 하늘나라에서 만난다면 잘해드릴게요. 보고싶어요. 남편에게 참 고맙고 미안하네요. 고집불통인 저를 만나 참 고생 많이 했어요. 그리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제 의견을 이해해주고 존중해줘서 고마워요. 항상 내가 하는 일에 화내지 않고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나이 먹어도 멋대로인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미안해요. 내가 먼저 가더라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다가 하늘에서 다시 만나요. 다음 생에 당신을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정말 잘해줄게요. 사랑해요~ 그리고 자매의 기둥, 우리 언니! 멀리 떨어져 지내서 자주 못 보는게 슬프다. 참 우리 자주 싸웠는데 이젠 그게 참 그리워. 동생 울린다고 항상 혼났는데도 먼저 손 내밀어줘서 고마워. 늘 버팀목이 되어줘서 고마워. 마지막으로 우리 막내! 기저귀 갈아주고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너도 흰머리 나는 할머니네. 그래도 내 눈에는 그저 어린 동생이야. 잘해줘야지 생각하면서도 못해준게 마음에 걸리네. 잘 못해줘도 내가 널 아끼는 마음을 잘 알꺼라고 믿는다. 이 언니가 죽더라도 많이 슬퍼하지마. 재산은 글로 남겨도 분쟁이 있을 거 같아서 작년에 이미 증여를 했다. 그리고 나의 시신은 남편과 사놓은 묘자리에 묻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나를 위해 슬퍼해준 분들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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