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지금 쓰는 이 글은 이때까지 내가 너희에게 썼던 글과는 사뭇 다르지? 이건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나 볼 것이기 때문에. 언제 갈지 알 수 없고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채 떠나기엔 후회가 될 것 같아 이렇게 남긴단다. 너희가 슬퍼할 생각을 하니 닥쳐올 죽음보다 더 큰 걱정이 되는구나. 그래도 삶은 죽음과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동반하고 이 세상에 왔으니, 태어남이 즐거운 것처럼 죽음도 즐겁게 맞이해야 하지 않겠니. 그러니 너무 슬퍼 말아. 젊을 땐 항상 내일이 찬란한 빛을 안겨줄 것으로 믿고, 고단한 오늘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랬지. 어렵고 고통스러운 오늘이 무의미하고 가치가 없다면 미래 또한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을 미처 몰랐었단다.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잘 지내느냐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모르고, 신이 나를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또 어떤 누군가가 나타나 이끌어 줄 것으로 막연하게 기대하고 살아왔지. 오늘이야말로 내일을 만드는 보석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내일만을 꿈꾸고 기다렸지. 엄마가 너희에게 바라는 첫째는 긴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뒤돌아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 후회도 많이 된단다. 오늘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노력하여 충분히 인생을 살아 스스로 만족해하고 시간적으로 부자가 되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구나. 둘째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이 지나친 욕심이야.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남에게 받기만을 바라지 말고 내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을 즐겨라. 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듯이 마음을 바르게 할 때 그 덕이 내게로 돌아오는 법이야. 그리고 셋째는 엄마처럼 너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 꾸준히 즐기면서 너희가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한 삶을 산다면 엄마는 어디에서나 기쁠거야. 행복은 불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행을 딛고 일어나는 것이 행복인거지. 힘든 일은 항상 생기기 마련이야. 꿈은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에도 노력과 땀으로 성취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것. 포기하지 말고 딛고 일어난다면 너희가 원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엄마는 믿어. 아직까지도 너희가 아기 일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해. 말썽도 많이 부렸지만 그것마저 행복했어. 늘 엄마의 마음을 흡족하게 채워줬던 너희들이 고맙고 대견스러워. 수많은 사람 중에 너희가 나의 아이들이여서 감사했어. 너희를 통해 어떤 일 이든 신중해지며, 진정한 어른이 되었지. 내가 너희 둘을 남기고 가는 게 내가 이곳에 와 이룬 가장 큰 보람이고 가장 빛나는 자취란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것은 부모, 형제자매이니 너희 둘은 지금처럼 기쁨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슬픔이 있으면 함께 나누며 잘 지내야한다. 마지막으로 항상 즐겁고 매사에 여유롭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가지고 모든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거 잊지 말고. 내가 지금까지 살 던 집은 아들에게, 가게는 딸에게 공평하게 줄 것이다. 너희들에게 많은 재산을 남기지 않음을 오히려 다행스럽구나. 필요이상의 재력은 반드시 화근이 될 것이야.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면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장기기증이 될것이야. 세상을 떠나며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 아니겟느냐. 엄마의 뜻을 잘 따라줄 것이라 믿는다. 그런 뒤엔 화장을 하여 좋은 위치에 수목장을 해다오. 묘지는 너희도 바빠 관리하기도 힘들게 눈에 선하니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내가 보고 싶다면 나무 밑에 앉아 좋은 공기도 쐬며 쉬다 가거라. 죽은 뒤에도 너희가 잘 지내는지, 손주들은 얼마나 컸는지 많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 어찌 지낼지 모르겠구나. 평생에 한번 쓸 이 편지를 좀 더 뜻 깊고 잘 쓰고 싶었는데 횡설수설하며 잔소리만 늘어놓은 것 같구나. 이제 눈물은 거두고 웃음으로 나를 보내주길 바란다. 나도 웃으며 떠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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