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기를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나의 유언장을 적노라. 내 나이 97세.. 100년을 채우지 못하고 가는 것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구나.이 나이까지 젊은시절 많이 일했던 탓일까 자질구레한 병들이 나를 찾아와 내가 결국 굴복해 버리고 마는구나. 참 97세도 적은나이가 아닌데 아쉬움이 남는 것은 나의 욕심인 것이겠지... 내가 젊었을 때도 굉장히 빠르게 돌아가던 이사회였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빨라 이제 내가 따라가지도 못할정도로 변화하였구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생김으로 교통체증이 많이 해소되었고 새로운 법들이 많이 생겨났구나. 의학적으로 굉장히 많이 발전하였고..나의 젊은시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지금은 현실이 되어 당연시 된다는게 지금 생각하니 굉장히 신기하구나. 다음생이 혹시 있다면 정말 얼마나 더 변해있을지 너무나 궁금하구나. 내가 아무 죄도 짓지 않고 바르고 옳곳게만 살았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내가 부모가 되면서 느낀 것인데 나도 부모한테 항상 화살만 쏴버리는 양궁선수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자식인 너희가 때로 나에게 화살을 쏴아도 너희를 탓하기만 할 수 는 없었다. 나의 아들아! 너가 나의 아들이여서 너무 든든했다. 할아범과 너무 닮은 너에게 나이든 나는 심적으로 굉장히 의지를 많이하였다. 너도 이제 이팔청춘의 나이가 아니다. 너도 이제 퇴직을 앞둔 나이라 고민이 굉장히 많을 것으로 안다. 항상 성실히 해온 너가 알아서 잘하리라 생각하지만 마지막으로 또 이런 말을 하는 구나. 돈에 눈이 멀어 가족을 등지지 말고 세상의 허용범위를 벗어나지 말거라. 퇴직을 하게 되면 내 며늘아기와 여행도 많이 다니고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거라. 너의 아버지처럼 . 나에게 그 때의 여행이 참 행복했던 기억이 나는구나. 내 며느리야. 너에게 항상 잘해준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내가 시어머니다 보니 안좋은 소리도 많이 하였구나. 참 부족했던 시어머니였다. 너는 참 밝고 맑은 아이였다. 처음 내게 인사하러 왔을 때 맑은 니 눈이 너무도 좋았다. 그래서 내가 너에게 나의 아들을 맡겼구나. 나이가 들어도 넌 참 아름답고 여전히 맑고 선한 니 눈에 난 내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들아!며느리야 내가 너의 엄마이고, 시어머니여서 난 너무나도 행복했다.우리집에 있는 할아범은 내가 없어 어디 따뜻한 쌀밥 지어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할아범 우리가 처음 만날을 때가 기억이 나는가?? 그땐 참 잘생겼었는데 지금은 왜 그 모양인지.. 당신도 참 많이 늙었구려 처음 등굣길에 꽃과 함께 당신의 편지를 받았었지 그 편지가 머라고 그땐 왜 그렇게 설레였는지 티는 안냈지만 밤잠 설쳤었는데 결혼해서 당신 사업이 망했을 때는 진짜 너무 힘들었지만 제일 의지하고 사랑했었던 시간이었소.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게 단칸방에서 당신과 부대끼면 살며 다툼도 많고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그 시절만큼은 내 죽어도 기억에 남을 것이오. 그때 당신 방귀냄새 진짜 지독 했었는데... 우리 아들을 처음 본 순간도 기억이 나오 ?? 너무 이쁘고 소중해서 어찌 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진짜 초보부모티 팍팍내던 우리모습이 눈에 선하구려..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갔던 것 기억이 나시오? 우리가 더 떨려 전날 옷도 여러 번 입혀보고 신발도 사 신기고, 책가방도 이것저것 고르며 떨려 했던 모습을.... 우리의 바람보다 훨씬 더 잘 자라 준 아들이 원하던 대학진학은 하지 못하였지만 인성 하나는 당신 덕에 잘 키운 것 같소. 당신은 아들이 결혼할 때 왜 그렇게 울었소?? 당신 때문에 나도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손주를 보았을 때 우리는 이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된다고 껄껄되며 웃었지. 이제 우리 손주 결혼하는 것도 보았으니 당신과 나는 참 기쁘고 알차게 산거 같소. 마지막으로 나의영감 사랑하오.내 가족들아 내 장례는 크게 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 또한 나의 일가 친척들에게는 장례가 다 끝난 후에 전해주길 또 바란다. 할아범, 나는 당신과 나의 자식들만 지켜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구려. 하나 더 원하는 게 있다면 묘 자리는 우리가 함께 살던 집 뒤뜰에 묻어주시오. 내가 먼저 떠나도 항상 당신 곁에 있고 싶구려... 할아범도 내 옆으로 꼭 와주길 간절히 바란다오....계절마다 한 번씩은 뒤뜰에 와서 나에게 알려주길 바라오... 나에게 있는 재산인 서울에 있는 건물와 통장에 있는 돈 2억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계속 고민을 해보았다. 서울에 있는 건물은 내 아들부부에게 주노라. 하지만 지금 들어있는 세입자들에게 10년간은 세를 올리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그 사람들 여기서 처음 장사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힘들게 이곳에 자리잡아준 고마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 월세의 반은 내가 항상 기부해오던 곳에 계속해서 멈추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기부를 해주면 좋겠구나. 나머지 반으로는 너희 부부의 여행자금으로 사용하고 할아범도 한번씩 잘 찾아봐 주길 바란다. 통장에 있는 돈은 할아범이 혼자 스스로 집에서 생활하기 편하게 조금 고쳐주고 나머지로는 할아범 죽을 때 장례비용으로 사용해 주렴. 너희에게 마지막까지 신세지고 싶지 않아 많은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부족한 점이 그래도 있다면 잘 챙겨주길 바란다. 모두들 고마웠고 사랑한다. 이렇게 마지막글을 남긴다. 안녕히 다들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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