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쓰는 유언장

 내가 곧 죽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내가 사랑하는 사람, 자식, 친구들.. 그리고 내가 맺은 모든 인연들. 죽음은 이 모든 것에 대한 완전한 단절이며 그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내 의지이자 말을 잘 부탁드립니다.

먼저 내 재산에 대해서 말하겠습니다. 내 재산의 반은 내 배우자에게 줄 것이며, 나머지 반은 내 자식들 2명에게 반반씩 나누어 줄 것입니다. 배우자가 상속받은 내 유산은 어떤 방식으로 쓰이던 내 배우자의 마음대로 쓰면 됩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물려준 유산은 자식들의 의지대로 쓰되, 각 자녀에게 물려준 유산의 10%는 여행비용으로만 쓸 수 있게 할것입니다. 이는 내 자식들이 여행을 함으로써 삶의 여유를 찾고 여행의 즐거움을 알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난 직접 힘든 사람을 만나서 돈을 주거나 도움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직접 보고 공감하고 확실한 도움을 주는 것이 선행이라 생각하기에, 기부단체를 통한 기부는 단 1%도 하지 않을것입니다. 물론 좋은 기부단체도 있고 그 행위자체는 좋은것이지만, 중간에 그 돈이 옳지 못한곳에 쓰이거나 힘든사람에게 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 유산을 상속받은 배우자나 자식들도 그런 기부는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 자동차는 내 손녀, 손자들 중 먼저 면허를 따는 사람에게 줄 것입니다.

아, 그리고 내 몸은 양지바른곳에 뭍어주길 바랍니다. 화장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디 내가 죽는 순간에 내 주변에 내 가족이 있었으면 합니다.

이젠 제가 하고픈 말들을 하겠습니다.

 

아버지, 난 아버지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었습니다. 어릴적 나에게 아버지는 따뜻하기도 하지만 가장 무서운 독재자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아버지께 반항을 했던 고등학생시절을 난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때 저는 아버지같은 사람은 절대 안될것이며 앞으로도 절대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못할거라고 아버지마음도 절대 이해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였습니다.

얼마나 외로우셨나요 아버지. 세상에 아무도 자기편이 아니더라도 가족만은 자기편이라는 말을 하셨죠. 그런 가족이 아버지를 믿어주지 않았을 때, 응원해주지 않았을 때,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 사람은 겪어보지않으면 절대 모른다고. 이제야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 덕에 저는 자신감있게 행동하는 법을 알았고, 아버지가 보여준 모습을 다 따라가진 못했지만 매순간 당당했고 정의로울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제 긍지이고 제 뿌리입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없었으면 전 어떻게 됬을까요? 독불장군에 성격도 불같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같았던 저를 감싸안아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아무리 못난 저라도 항상 응원해주시고 믿어주시는 어머니를 보고 제가 힘을 얻어 여기까지 왔어요. 저 혼자 돈벌어서 생활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보이시는 어머니께 더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너무도 크네요. 어머니 덕에 제가 바르게 클 수 있었습니다. 사랑합니다.

 

누나, 항상 나 챙겨주려해서 고마워. 난 누나한테 해준게 별로 없는데, 뭘해도 잘하고 아버지 성격을 똑같이 물려받은 누나는 어릴때부터 항상 내 자랑이기도 했어. 나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나한테 많은걸 양보하고 포기했을탠데 어릴땐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지금생각해보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리고 열심히 하는 누나보면서 나도 항상 자극받아서 좀 더 잘해보려 노력했던 것 같아. 고마워

00아, 셀수없이 많은 시간을 너와 지냈고, 셀수없이 많은 말들을 너와 나눴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난 우리가 과연 지금 이 순간에는 하나가 됬을까? 아마 여기 적는 말들은 내가 수십번이고 너에게 직접 했던 말들이겠지. 나를 가장 잘 아는 편안한 친구가 되줘서 고마워, 날 항상 믿어줘서 고맙고, 내곁에 있어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지율이 그리고 율아, 항상 기억해라 너희들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난 너희에게 괜찮은 아빠였니? 너흰 나에게 기적이고 선물이였단다. 친구도 중요하고, 너희가 사랑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너희 자신이다. 가장 먼저 자신을 가꾸는 것을 잊지말길바란다. 너를 먼저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준비가 되는거다. 근데 자식은 좀 다른것같아 난 나보다 너희를 사랑한다. 언젠가 너희도 부모의 마음을 알게될거야. 태어나줘서 고맙다.

바다 그리고 진주야, 평균수명이 15년인 너희는 나보다 먼저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였지. 수많은 강아지들중에 우리가족을 보자마자 달려오던 너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바다야. 그리고 처음부터 겁이 많아서 손을 가져다대기만 해도 오줌을싸던 진주 너도 잊을수가 없어. 어느 누구보다 순수하게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따랐던 너희는 나에게 사람 그 이상의 존재야. 이제 곧 만나게 된다면 꼭 보고싶다. 따뜻함을 줘서 고맙다.

친구들아, 한때는 너희가 나에게 있어서 전부이기도 했고, 너희가 사라지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될까봐 걱정했던 때도 있었다. 그만큼 나에게 너흰 소중한 인연이야. 때로는 싸우기도하고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면서 내 친구로 남아줘서 고맙다. 1년만에 만나도 2년만에 만나도 어제 본것처럼 자연스러운 관계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고맙다. 난 너희가 보는 내 모습또한 내가 모르는 나 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아무리 말한다고 한들 너희에게 기억되는 나는 너희가 생각하는대로 일꺼니까. 난 어떤 친구였니? 궁금해진다. 하하

 

마무리로

어떤 책에서 이런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나’는 단수가 아니고, ‘복수’ 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나로서의 나가 아니라, 부모님의 자식으로서의 나, 친구들의 친구로서의 나, 동생으로서의 나, 동의대생으로서의 나.. 이렇듯 수많은 내가 존재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 수많은 나를 가진 나는 정말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항상 살아왔습니다. 타인에게 있어서의 나도 있기에 난 더 열심히 살았고 내 몸을 아끼면서 살아왔습니다. 부디 나의 인연들도 수많은 당신을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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