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저는 지금 당장 죽는다는 것을 가정해 두고 글을 써봤습니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죽을 날짜를 미리 알았다는 것은 시한부 인생을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뭔가 남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오묘한 느낌이 들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에 의해 죽는 것이 아니라 미리 죽음에 대비 할 수 있다는 것에 다행임을 느끼고 주변에 그 동안 못해왔던 감사함과 사랑을 전달 할 수 있음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섣부르긴 하다. 내 나이 26살, 죽음에 관해서 아직은 어색한 시간임은 분명하다.사람들은 죽기 전에 자신이 살아왔던 소중한 추억들이 머릿속을 한 편의 영화 필름처럼 스쳐지나 간다고 하는데 나는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이 다 보일 만큼 짧디 짧은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그래도 지금 당장 죽는다 해도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 내가 배우고자 했던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미래를 보며 생각했던 일을 시작하는 단계까지 온 것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원 없이 서로 사랑도 해보고 또,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5명을 둔 것도 너무나 행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의 사랑을 남들 부럽지 않게 많이 받아서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봐야 할 것도, 가야 할 곳도 많은 지금의‘나’이다.하지만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나는 몇 가지 당부와 부탁을 남기며 이제 세상에서 떠나려 한다.첫째,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재산이다. 나에게 남아 있는 돈은 모두 부모님께 드린다. 부모님을 남겨두고 먼저 떠나는 게 얼마나 불효인지 잘 알고 있다. 죽으면서 해 드릴 수 있는 거라고는 현실적으로는 돈이 가장 클 것이다. 나를 낳아서 키워주신 은혜를 살면서 갚아도 다 갚지 못하는 게 자식의 마음인데 이렇게나마 도와드릴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또한, 한 가지 더 부탁이 있다면, 내 물건은 버리지 말고, 박스에 담아서 오랫동안 간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가장 즐겨 입던 옷과 자주 사용하던 물건들은 추억으로 간직 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우리 가족이 가는 길을 저 세상에서라도 나도 함께 가고 싶기 때문이다.둘째, 내 장례식은 나를 화장해서 집에서 키우는 나무의 거름으로 묻어 주었으면 좋겠다.사실 이 부분은 굉장한 고민을 거듭한 이후에 내린 결론이다. 워낙에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산이나 바다에 뿌려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저 세상으로 가는 순간까지 그러면 부모님이 많이 슬퍼하실 것 같아서, 죽어서는 우리 가족을 돌보면서 지키고 싶어서 집 거실에서 키우는 나무에 뿌려서 나무와 같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싶은 마음에서 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를 잃은 슬픔이 오래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나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이 없기를 소망하며, 내가 잠시 이 세상에 왔다 갔다는 좋은 기억들만 가지고 ‘그런 친구가 있었지’ 하며, 나를 떠올릴 때는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내가 아는 모든 사람은 앞으로 행복한 일만 일어 날 수 있게 죽어서도 기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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