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복지재단의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이하 공익법센터)가 서울시내 아동공동생활가정(그룹홈) 시설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시설장의 93%가 “법정대리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입소어린이가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다.”고 답변했다.

어린이들이 겪은 피해 사례로는 통장개설이 어려워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흔했고, 그밖에도 휴대폰 개통, 여권발급, 의료수술, 보험 가입, 전입신고 등 기본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이 이런 피해를 겪는 이유는, 현행법상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이 필요한데 어린이들 대부분이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부모)의 학대나 방임으로 입소한 경우가 많아 친권자로부터 미성년후견인 동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룹홈은 일반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어린이들이 생활하도록 만든 보호시설로, 보통 어린이5~7인이 2인 정도의 교사와 함께 생활하며, 지역사회 낙인을 예방하고자 간판을 달지 않고 일반 가정집처럼 운영하는 곳이 많다. 보호 어린이들은 방임이나 학대, 가족해체,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맡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은 친권자의 학대나 방임으로 그룹홈에 입소한 어린이들을 위해 친권자 대신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절차를 두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시설장 38인은 ‘어렵고 복잡한 절차(29인)’와 ‘지자체 등 관계자들의 이해부족과 비협조적인 태도(9인)’ 때문에 미성년후견인 선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이에 공익법센터는 현실적·법률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23일 서울시 아동공동생활가정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그룹홈 입소아동을 위해 미성년후견인 선임 소송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가영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친권자가 없는 고아와 달리 부모가 있는 어린이들의 경우 법원이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부모에게 버림받은 그룹홈 어린이들이 법정대리인 공백이라는 이중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특별법으로 ‘보호시설에 있는 미성년자의 후견 직무에 관한 법률’이 있긴 하지만 절차가 까다로워서 실무 현장에서 외면 받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제도개선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익법센터는 아동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서울시 아동공동생활가정지원센터에 미성년후견인 선임을 요청하는 사건 중 지원이 필요한 사건이 있으면 무료 소송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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