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단체,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을 촉구하는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 선언행동 진행…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보장, 달시설 자립 생활 체계 수립 등 요청

 
 

“나, 추경진. 나는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나를 더는 모욕하지 마십시오!”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추경진 활동가는 “밤에는 혼자서 위험에 대처할 수 없어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이 꼭 필요하다.”며 “박근혜 정부는 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더 해주지 못할망정 빼앗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추 활동가는 “OECD 복지 예산 평균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예산에서 얼마나 더 삭감하려고 하는지, 정부 예산을 삭감해야 하면 왜 복지 예산부터 삭감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는 생존의 문제다. 24시간을 보장하라.”고 밝혔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거지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최영은입니다.”

최영은 활동가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불쌍하고 아픈 사람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이라고 한 발언이 인상 깊었다.”며 “사회 복지를 당당하게 누리기 위해 많은 서류와 절차가 필요한 것 같지 않다. 정부가 국민과 대화하고 논의할 자세만 갖춘다면 충분히 올바른 복지를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아닙니다. 내 이름은, 이상우입니다.”

이상우 활동가는 “시설의 삶이 아니라 진정한 삶을 살고 싶다.”며 “장애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중을 요구한다. 정부는 탈시설 자립 생활 체계를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켄 로치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당사자들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시스템에 의존하게 하는 부조리한 체계로 운영되고 있음을 고발하는 영화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빈곤사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은 15일 오후 12시 사회보장위원회가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건물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사회보장제도 후퇴를 규탄하며 장애인과 사회 약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 선언 행동을 가졌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면 ‘나는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영화에서 인터넷을 할 줄 모르는 연필세대의 주인공에게 ‘원칙은 원칙이다’라며 모욕하고, 그를 도우려던 직원은 상사의 눈치를 본다. 바로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런 식으로 가난한 사람을 몰아내고 철저하게 모욕한다. 이런 체계가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변화되지 않았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왜 일어났겠는가. 왜 시설에서 인권침해 당하고 죽어갔는가. 결국 이 모든 것이 다 연관돼 있다.”고 이번 선언 행동을 설명했다.

당초 국민연금공단 건물 24층에 위치한 사회보장위원회 사무실을 찾아가려고 했으나 경찰이 모든 출입문을 막았고, 이에 단체들은 건물 뒤편 주차장에서 선언행동을 진행했다.

전장연 조현수 활동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법은 지난 2013년 1월부터 전면 시행됐다.”며 “당시 ‘박근혜복지법’으로 불리며 한국형 복지모델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은 예산을 삭감하고 사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 활동가는 “그 결과 대구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사업도 중앙 정부와 수차례 협의 끝에 좌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 생존의 문제인데, 중앙 정부는 이 제도가 유사·중복성이 있고 지자체 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무산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조 활동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 유사·중복 사업 정비를 통해 683억 원 규모의 재정 절감을 추진했다. ‘지자체 유사·중복 사업 정비 방안’은 지자체가 복지 예산을 축소하는 명분을 제공했고, 이러한 방침에 응하지 않는 지자체에 ‘지방교부세 삭감’ 조치까지 단행했다.

 
 

조 활동가는 “박근혜 정부가 탄핵당한 뒤에도 사회보장위원회가 버젓이 활동할 뿐만 아니라 최근 회의를 통해 2040년대 중반에야 OECD 평균치에 도달하는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 추계’를 발표했다.”며 “이는 기존 10%의 재정 추계에서 오히려 5%로 후퇴하는 재정 추계 전망이며, 사회보장위원회가 아니라 사회보장‘파괴’위원회라고 불러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지자체가 활동보조인이 24시간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서비스 제공을 약속했는데, 보건복지부가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서 사회보장기본법을 이유로 지원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칙을 들먹이며 복지 정책을 후퇴시키고, 국민이 준 세금으로 권력의 배나 채우는 정부를 규탄한다. 사회보장‘파괴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말했다.

발언과 선언이 끝난 뒤, 활동가들은 돌아가면서 스프레이 페인트로 큰 현수막에 구호를 적었다. 이어 박경석 대표는 건물 바깥벽에 ‘나, 박경석. 개가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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