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 등 장애어린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 인정 안돼“장애어린이 ‘놀 권리’ 고려한 법 개정 필요”

어린이 대공원에 조성된 통합놀이터인 꿈틀꿈틀 놀이터의 모습.ⓒ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어린이 대공원에 조성된 통합놀이터인 꿈틀꿈틀 놀이터의 모습.ⓒ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최근 경상남도에 위치한 ㅊ학교에 설치된 휠체어그네가 철거됐다가 다시 설치되는 웃지 못 할 사건이 발생했다.

휠체어그네가 ‘어린이놀이시설’ 인지 아닌지 모호한 상황에 놓여 놀이터 안전 점검에서 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장애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들은 대부분 ‘어린이놀이기구’로 인정받지 못해, 놀이터에 설치하지 못하는 상황. 이는 장애어린이 대부분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놀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설명이 된다.

이에 모든 어린이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통합놀이터’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놀이터에는 설치할 수 없는 ‘휠체어그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놀이시설은 전국에 6만9,729개소다. 하지만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의 수는 조사 조차 되지 않고 있다.

장애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놀이기구는 특수목적 기구로 분류돼 어린이 놀이시설만 설치가 가능한 놀이터에서는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계단체와 어린이놀이시설 제작자들은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가 2~3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놀이터와 관련한 기준에서 장애어린이와 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배제돼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휠체어그네가 설치와 철거, 다시 설치되는 헤프닝을 겪었던 ㅊ학교의 사례에서 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ㅊ학교는 국민안전처가 실시하는 놀이터 안전점검에서 휠체어그네가 안전책임과 보상문제 지적을 받아 철거를 결정했다. 2년 마다 실시하는 놀이시설 정기 검사에서 검사원은 “휠체어 그네가 어린이 놀이기구로 적합한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 인증을 받지 않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학교가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한 것.

결국 학교는 안전검사가 통과할 때까지 휠체어그네를 철거해 달라고 부탁했고, 해당 학교에 휠체어그네를 설치한 업체 측이 국가기술표준원과 국민안전처 모두에 문의해 ‘휠체어그네는 놀이시설로 인정받지 않은 특수목적 기구로 놀이터에 설치되지 않아 안전인증 대상이 아니다.’라는 공문을 받아 학교에 제출한 뒤 다시 휠체어그네를 설치할 수 있었다.

설치업체인 보아스코리아 김종규 사장은 “그동안 경험으로 휠체어그네는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해당 학교에도 놀이터가 아닌 놀이터 근처에 따로 경계선을 만들어 휠체어그네를 설치했었다.”며 “안전을 충분히 고려한 놀이기구임에도 법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휠 체어그네가 놀이터와 공간이 분리된 채 설치돼 있다. ⓒ보아스코리아
휠 체어그네가 놀이터와 공간이 분리된 채 설치돼 있다. ⓒ보아스코리아
‘기준’에 맞지 않으면 ‘새로운 놀이기구’ 될 수 없어

이처럼 장애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는 법률상 기준의 모호함으로 이용자와 관리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장애어린이와 비장애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가 만들어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놀이‘터’와 놀이‘기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한국은 국민안전처에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하 안전관리법)’으로 놀이터를 관리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어린이제품 안전 특별법(이하 특별법)’으로 놀이기구를 관리하고 있다.

안전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놀이터는 어린이놀이기구가 설치된 실내·외의 놀이터를 말한다. 국민안전처는 안전관리법에 따라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놀이기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어린이놀이시설의 설치·유지와 보수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고 있다.

또 특별법에서는 어린이놀이기구를 만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놀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된 그네, 미끄럼틀, 공중놀이기구, 회전놀이기구 등 ‘안전인증대상 어린이제품’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놀이터에 설치될 수 있는 놀이기구는 높이·재료·각도 등이 정형화돼 상세하게 명시돼있고, 규정에 어긋날 경우 안전한 놀이시설로 인정되지 않아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다.

현재 휠체어 그네와 같이 변형된 형태의 시설은 '특수목적 기구'로 분류돼 놀이기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놀이터에 설치되는 것이 법상 불가능하다.

이에 전문가들과 정부관계자들은 장애어린이를 위한 놀 권리를 보장하는 법조항을 마련해 놀이기구를 만드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보아스코리아에서 설치한 휠체어그네의 모습은 안전인증기준이 명시하는 그네의 모습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보아스코리아에서 설치한 휠체어그네의 모습은 안전인증기준이 명시하는 그네의 모습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법 개정과 정부부처 협의체 구성 움직임 “환영”… “통합의 의미 분명히 해달라” 당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린이 통합놀이터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장애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를 만들기 위한 법적 근거마련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안전관리법, 특별법은 물론 장애인 관련 법률 어디에도 장애어린이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의 김남진 사무국장은 “현재 어떤 법령에도 장애어린이의 놀이시설에 대한 조항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장애어린이가 놀이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규정 등을 포함하게 된다면 놀이터에 다양한 형태의 놀이기구가 마련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관련 개정안이 국회의 발의 돼 있다. 지난 1월 31일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어린이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어린이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어린이놀이시설의 설치·유지 및 보수 등에 있어 필요한 시책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한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정부부처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놀이기구가 설치될 수 있도록 전문가회의 등 부처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필요한 놀이기구의 경우 국외 사례와 국내 산업 구조 등을 따져야 한다.”며 “외국 사례를 보면 장애관련 법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어 복지 차원의 접근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각 부처와 장애계 등의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고 덧붙인 관계자는 “다양한 장애유형을 고려한 안전관리와 어떤 기준이 둘지에 대한 의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그동안 장애어린이의 놀 권리에 대해서는 아무도 고민하지 않았었다.”며 “단지 장애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를 만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어린이가 한 공간에서 놀이의 주체로서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드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 장애어린이를 위한 놀이기구라는 이유로 분리되거나 제한되는 놀이터가 된다면 통합의 의미는 없어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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