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사회연대 “경직된 공적지원체계, 사회적 죽음 막지 못해… 공적지원체계 진입 장벽 낮춰 해결해야”

빈곤사회연대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빈곤과 복지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빈곤사회연대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빈곤과 복지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양한 빈곤 양상에 맞는 유연한 공적지원체계를 마련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빈곤’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사건은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사건으로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송파 세 모녀 법’이라는 이름의 개정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복지제도의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복지제도의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빈곤사회연대는 “‘송파 세 모녀 법’이 시행됐지만, 당시에도 낮고 까다로운 선정기준은 그대로 남겨둔 체 급여를 나눠 전달체계만을 개편해 복지제도의 권리를 후퇴시켰다.”며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는 기본재산액과 소득환산율 등 선정기준의 개선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개선안은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로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빈곤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해 끝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지난 6일, 충북 증평에서 ‘남편이 먼저 떠나고 난 뒤 혼자살기가 너무 힘들다’만 남기고 떠난 모녀.

이에 빈곤사회연대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빈곤과 복지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의 대책 발표와 여러 지자체의 일제조사 선언이 있지만,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건. 실효성 없는 단기대책이 아닌 진짜 해결에 다가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복지급여 수급자에 엄격한 잣대, “필요한 사람에 독려 아닌 포기 제공”

빈곤사회연대에 의하면 증평 모녀 죽음 뒤 해당 지자체는 ‘▲아파트 보증금이 1억이 넘어 ▲건강보험료가 5개월 체납된 상황이었지만 5만 원 이하 6개월 이상 밀리지 않아서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단수·단전이 되지 않아’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는 것.

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전달체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며 “복지사각지대 개념을 저소득 취약가구를 비롯해 급격히 생활이 어려워진 가구까지 확대해 가구주가 사망한 경우 유가족 등 위기가구에 대해 선제적으로 복지지원이 찾아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 △자살 유가족 등에 대한 자살예방 지원 확충 △지역사회 위기가구 발굴 및 복지지원 연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빈곤사회연대는 “증평 모녀가 복지제도를 신청하거나 사각지대로 발굴했다 해도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는 없다.”고 지적했다.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해당 지자체는 수급자에게 인정하는 금액이 기본재산액 2,900만 원으로 낮은 수준이며, 부채 때문에 자산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자동차의 경우 금액의 100%가 소득으로 환산된다. 또 긴급복지지원제도는 부채에 대한 까다로운 입증 때문에 선정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익인권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공익인권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익인권법인재단 공감 박영아 변호사는 “가장 효과적인 복지급여 전달은 급여가 필요한 사람이 자기 욕구에 따른 급여를 신청할 때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지난해 3월 사회보장급여법을 개정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사회보장급여법에 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대상자 발굴을 위해 한국신용정보원 등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 채무 연체 정보, 건강보험 연체 정보 등 수 십 가지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영아 변호사에 의하면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신용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하는 근거 심사에 대해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지만, 수용되지 않고 법이 통과됐다.

그는 ‘가난한 우리 사회 곳곳에 일어나고 있는,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는 사회 현상이자 사회적 위험이다. 근본적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증평모녀 사건이 보여주듯 해당 지자체는 아무런 제약도 없이 보도 자료를 통해 정보를 공해했다. 이는 복지 ‘대상자’를 말 그래도 ‘대상’로 바라보며, 정작 중요한 복지를 제공하지 않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아무리 발굴한다 하더라도 제공된 급여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고, 남는 것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수집돼 관리되고 있는 정보 뿐.”이라고 덧붙였다.

빈곤사회연대 또한 “증평 모녀의 죽음을 개인의 비관, 책임으로 보는 일부 시각을 경계한다. 죽음의 원인을 개인으로 물을 때,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한 개인들은 사회와 함께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정부가 나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복지TV부울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