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아렌트가 이야기한 악의평범성과 죄는 무엇일까

여러분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으신가요? 이 말은 한나아렌트라는 한 여성철학자의 책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그녀가 이 말을 이야기한 사건은 나치전범재판 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몇십년뒤 나치전범재판이 열립니다. 당시 유태인학살을 자행했던 전범들이 이 재판을 통해서 처벌을 받았었습니다. 아렌트가 주목했던 사람은 그중 '아이히만'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아이히만이 아주 극악무도하고 폭력적이고 흉악한 악인의 모습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 선 그의 모습은 참으로 평범했고, 그의 진술은 참으로 덤덤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명령에 따라서 행동했을 뿐이라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이나 거기에서 오는 괴로움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형식에 맞게 자신이 맡은 일을 했을 뿐이라는 태도를 일관했습니다. 즉, 어떤 죄의식을 인식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평범하다는 의미는 '덤덤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덤덤하다는 것은 자신의 행위에 어떤 결과가 수반되어 오는지, 자신이 어떤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보여집니다. 형법에서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결과를 인식못할시에 처벌을 하지 않거나 감경해줍니다. 우리가 아주 어린 아이의 범죄행위를 참작해서 감경해주거나 정신병자나 술메만취한 사람의 죄를 일반적인 경우보다 덜 처벌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아이히만은 사형이라는 가장 중한 벌을 받았습니다. 그가 그러한 죄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그가 처벌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사유하지 않은 죄'입니다. 사람이라면 능히 했었어야 할 '사유'를 하지 않은 것,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하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그것이 바로 그가 지은 죄인 것이었습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 우리는 '사유하지 않은 죄'를 짓는건 아닐까요?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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