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이다. <세한도>는 그가 제주도 유배 당시에 그린 것으로 지위와 권력을 잃어버렸는데도 사제간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그를 찾아온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것이다.‘세한도’라는 제목은 자신이 고난을 느낄 때가 되어야지 인격과 지조가 들어난다 라는 의미이다. 이는 자신의 제자 이상적에게 딱 적합한 제목인 것 같다. 이 그림은 세로 약23cm 가로 약9.2cm로, 가로로 긴 작품이다. 보통 종이 한 장에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거친 종이 3장을 붙여서 그린 것이다. 가장 중간에는 초라한 집이 있고 왼쪽에는 잣나무 2개와 오른쪽에는 잣나무 하나와 소나무 하나가 있다. 너무 단조로운 구성이라서 그림에 담긴 내용을 알기 전에는 편안했지만, 알고 난 후에는 쓸쓸함이 느껴졌다. 그림의 오른쪽 위에는 세한도 라는 제목과 그 왼쪽에는 ‘우선시상’이라고 쓰여있다. ‘우선’ 은 이상적의 호 이다. 우선시상이라는 것은 일단 이 그림을 감상하게 라는 의미이다. 그 옆에는 김정희의 또 다른 호인 완당이 소나무 가지 끝에 받혀주듯이 있다. 잎이 앙상한 소나무는 이상적의 절개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김정희의 외롭고 힘든 처지를 표현해 주고 있다. 오른쪽 밑에는 장무산장이라는 도장이 찍혀있다. 이는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라는 의미이다. 김정희의 깊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림 왼쪽에 글자가 있는데 이것이 다가 아니라 위의 그림크기 정도의 글이 있다. 그 글에는 왜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보이는 문장의 의미는 작년과 같이 올해도 어떠한 책을 보내주었다는 내용이다. 왼쪽 글 가운데에는 글의 주제가 있는데, 겨울이 되어야만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름을 알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적의 답신에는 감동한 마음과 김정희에 대한 이상적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져 있다. 그가 중국에 넘어가 문인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사연을 들려주자, 그들은 감동하여 세한도 왼쪽에 느낀 바를 시로 표현하였다. 원래 그림은 가로길이가 1m가 되지 않았지만 중국 문인들의 글이 더해저 가로길이가 14m나 되는 대작이 되었다. 그림 자체에는 쓸쓸함이 느껴지지만 글까지 합쳐지자 어느새 그 느낌이 든든함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한도는 국보로 지정될 정도로 큰 가치가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는 미술적 기교가 뛰어나지는 않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집 오른쪽의 잣나무와 집 왼쪽의 잣나무의 원근법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알아보니 이 그림은 ‘사의’가 중요시된 그림이라고 한다. ‘사의’란 그림 자체보다는 의미를 중시하는 것 이다. 김정희 선생은 외척 세도정치기에 활동한 정치가이며 북학사상을 받아서 조선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했던 인물이다. 이처럼 세한도는 전문적인 미술가가 그린 것이 아니라 문인화이기 때문에 그리게 된 동기나 배경이 중요한 것 같다. 나도 개인적으로 잘 그린 그림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그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쪽 이기 때문에 그림이 더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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