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공급량, 주거권 보장못하는 주거지원사업 등 한계 드러나… 국토부·복지부 “체감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노력하겠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홈리스 주거권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홈리스 주거권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관련 법률이 한계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하고 있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 당사자의 주거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법’에는 주거권을 명시하고 있는 조항이 없다. 그러나 ‘헌법’ 제34조1항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제35조1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35조3항 ‘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의 조항은 주거권에 대한 헌법 근거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행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1항에는 ‘노숙인 등’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민 단체는 “이 규정은 22만 명의 ‘주거취약계층’을 포괄하는 범위이지만, 실제 법의 적용 대상은 홈리스, 노숙인 시설 생활자, 쪽방 거주자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홈리스행동, 홈리스주거복지연구팀,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홈리스 주거권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주거실태조사 실효성·핵심 전달체계 부재·임대주택 공급량 부족 등 관련 법률 한계 존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가 발제하고 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가 발제하고 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김도희 변호사는 주거취약계층 주거복지 관련 법률에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실태조사 실효성 담보 △핵심 전달체계의 부재 △임대주택 공급량의 절대 부족 △권리침해의 경우 구제수단의 부재 등 공통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1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노숙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5년마다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법 제8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이 장 및 시·도지사는 종합계획에 따라 노숙인 등 정책에 관한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제9조를 살펴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노숙인 등 현황·욕구, 심리, 공공·민간 지원 상황 등에 대해 5년 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부처와 지자체 장은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계획을 각각 수립하고, 주거 약자에 대한 주거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노인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주거실태조사)를 두고 “국가와 지자체가 정책 수립과정에서 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집행 과정에서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수정·보완하기 위해 실태조사는 필수적이다. 단순히 양적인 현황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약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사항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 마다 수립하는 종합계획에 ‘노숙위험군’이 포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태조사 대상에 PC방, 사우나, 만화방 등을 주거로 활용하는 ‘노숙위험군’은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거리노숙인, 시설노숙인, 쪽방 거주민만을 정책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며 “미국, 영국 등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거주에 적합하지 않은 공간에 머물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해 조사를 실시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상당히 행정 편의적으로 조사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주거지원센터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가 있지만, 단 한 곳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장애인·노인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법률’ 제17조(주거지원센터의 설치 등)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주거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 또 시행령에는 주거지원센터의 업무와 자격을 구체화해 명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법적 근거가 임의 규정인 탓도 있지만, 주거약자, 특히 시설생활인 또는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이들에게 정보제공, 자원연계, 교육지원, 홍보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방증한 것.”이라며 “주거와 관련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무건설 비율이 국내 전체 인구 대비 너무 낮게 산정됐다고 지적했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조(주거약자용 주택의 의무건설 비율)에는 영구·국민임대주택 건설 시 적용되는 주거약자용 주택 의무 건설 비율은 수도권 8%, 비수도권의 경우 5%로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주거약자용 주택의 지원대상은 장애인을 비롯해 노인, 국가유공자 및 보훈대상자, 5·18민주유공자, 고엽제후유증환자 등이다. 이들은 전체 인구 대비 약 18.2%로 현재 법에서 정하고 있는 비율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대상 인구수에 비례한 수준(최소 10% 이상)으로 의무 건설 비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주거기본법’에서 주거권의 구체적 권리를 드러냈지만, 이를 침해당하거나 국가 또는 지자체의 부작위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구제수단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의 제기 등 전반적인 절차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사자 주거권 보장 못하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홈리스행동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서울시의 ‘남대문로5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예로 들며 ‘홈리스의 주거권을 고려하지 않았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은 주거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8월 서울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남대문로5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심의를 통과해 재개발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해당 사업은 노후화로 인해 도시경쟁력을 상실한 기존 건물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남대문로5가 주변 구도심의 낙후된 도시기능을 확대하고, 가로와 상권 등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동현 상임활동가에 따르면 ‘남대문로5가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돼 당시 거주하고 있던 주민 200여 명이 퇴거당했다.

이 상임활동가는 “‘2016홈리스추모제 주거팀’은 지난 2016년 5~7월까지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퇴거당한 쪽방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일부 주민은 개발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고, 마땅한 이주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막막함’을 느꼈다고 답했다.”며 “남대문로5가 사례를 통해 홈리스의 주거자원인 쪽방이 개발에 자리를 내주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주거권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홈리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은 정부 스스로 세운 지침조차 충족하지 못할 만큼 왜소화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은 국토교통부훈령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업무처리지침(이하 주거지원사업 지침)’에 의해 지난 2007년 정규사업으로 편성해 실시하고 있다.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가장 고질적 문제점은 주거지원사업 지침이 정한 공급 물량을 국토교통부 스스로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지원사업 지침에 따르면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은 2013~2016년까지 매해 약 4,500호~6,700호 가량을 공급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공급비중을 살펴보면 2013~2016년까지 공급한 임대주택은 595호~1070호에 불과하다.

또한 입주 대상자에 엄격한 소득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지원사업 지침 제3조2항에 따르면 입주대상자는 무주택세대구성원으로 해당 세대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5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주거취약계층은 낮은 수입, 주거수준 대비 높은 임대료, 연약한 사회관계 등으로 인해 저축과 자산형성에 있어 극히 불리한 현실.”이라며 “주거취약계층이 취약 거처를 벗어나는 것을 비롯해 저축과 자산형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소득기준을 환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주신청자를 대상화하는 성실 서약인 자활계약서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주거지원사업 지침 제4조(입주신청)에 의해 입주 신청 시 ‘자활계획서’제출을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주거지원사업 지침에는 자활계획서를 ‘입주신청인의 주거지원을 통한 생활안정과 자활 등을 돕기 위해 입주신청자와 주민센터(운영기관)간 합의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작성하는 서면약속’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는 “해당 지침은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주거지원사업으로 입주신청자에 자립계획 성실 수행을 의무화 하는 것은 체계는 물론 실효성 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자활계획서’의 구비 서류인 소득, 가족·주거, 재산확인, 건강상태 대한 소명자료로 확인이 되는 것이다. ‘자활계획서’를 별도로 제출하라는 것은 제도 장벽을 의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지원과 김영혜 과장(왼쪽)과 보건복지부 자원지원과 배완복 행정사무관(오른쪽).
토론회에 참석한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지원과 김영혜 과장(왼쪽)과 보건복지부 자원지원과 배완복 행정사무관(오른쪽).
한편, 이날 참석한 국토교통부 공공주택지원과 김영혜 과장은 “토론에서 나온 지적을 토대로 방안을 마련하도록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겠다.”며 “제대로 된 정책을 체감할 수 있도록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자원지원과 배완복 행정사무관은 “아동, 노인, 장애인 등 타 법령과의 충돌로 인해 노숙인, 쪽방 주민까지 폭 넓게 담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주거취약계층과 관련된 지원에 따른 많은 제약 때문에 개선 방안을 즉시 내놓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배 행정사무관은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커뮤니티 케어’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작업 중에 있다. 커뮤니티 케어는 자신이 살아온 환경, 가장 익숙한 환경에서 주거, 고용, 의료, 돌봄서비스 등이 어우러져 지역사회 재정착을 지원할 것.”이라며 “그동안 미진했던 부분을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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