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벨레를 보고

 
 

독일은 나치, 파시즘 등으로 일컬어지는 전체주의로 인해 민족적으로 큰 아픔을 지니고 있는 나라다. 독일의 나치즘으로 인한 유대인 학살은 독일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역사에 있어서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으로 인식된다. 현재 인류가 과거의 잘못을 규탄하고 독일 역시 잘못된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반성하고 이에 대한 교육을 통해 다시는 그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의 나치즘, 우리나라의 독재정치 등을 곱씹어보면서 항상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 있었다. 내가 그 당시 상황에 있었다면 그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사회에 순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잔혹하거나 무서운 장면이 없음에도 영화를 보는 동안 점점 간담이 서늘해져갔던 이유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전체주의가 성립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앞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우리는 순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독재 정치 과목에서 시작하여 디벨레라는 공동체를 이룬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동체 주의, 즉 전체주의라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매혹적인 것인지를 보게 되었다. 늘 타인과 비교하며 부러워하고 자신을 부족하다고 여기는 인간에게 그 어떤 차별도 인정되지 않는 평등,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인간에게 획일성을 통한 강한 소속감과 유대감은 전체에 대한 단순한 순응이 아니라 적극적인 동참에 이르게 한다. 디벨레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팀처럼 말이다. 그런데 디벨레의 결함은 자체적 모순에서 기인한다. 평등을 추구하면서 그 범위를 공동체 내로 제한한다. 나치를 연상시키는 획일적인 흰색 와이셔츠와 특유의 인사법 등을 만들고 이것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배척한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이를 보았을 때는 디벨레 공동체 자체에 문제점이 있는 것이지만 권위주의, 공동체주의에 익숙해진 그들에게는 비판을 가하고 공동체의 규율을 준수하지 않는 카로에게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처음에 카로의 행동들, 예를 들면 약속된 연극시간에 참여하지 않거나 남자친구 마코를 마음대로 하려는 행동들을 보며 약간의 이기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카로가 디벨레라는 막강한 공동체에 끝까지 저항하고 대립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한 나에게 또한 의문이 들었다. 나도 공동체에 대해 비판하고 거부하는 사람들을 정죄하는 사회 전체적 흐름의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반성적이고 두려운 의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치, 독재정치 같은 상황 속에 있어도 이를 충분히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무의식적인 믿음이 얼마나 교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일상생활을 살아가다 보면 재력, 사회적 지위, 국적 등에 따른 불평등이 너무나 크게 자리잡고 있어 그것이 느껴지고 사람들을 만나도 소외감이 들 때, 내가 결속력 있고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공동체에 포함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극한의 경쟁관계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공동체 주의는 매우 매혹적인 것이다. 가족이 없었던 마코가 여자친구를 배신하면서까지 디벨레에 결속하고자 한 이유, 학교에서 무시당하던 팀이 디벨레에 모든 것을 바치고 결국 자살까지 한 이유. 현대사회가 점점 더 개인주의로 향해 갈수록 우리는 더욱 공동체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지금도 디벨레는 만들어지고 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더 우월하다고 느끼는 자국 중심주의, 지역 중심주의 등에 우리는 비판적인 인식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 인류 모두에게 충격을 가했던 파시즘은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만 쉽게 치부할 수 없다. 우리는 서서히 우리에게 들어오는 문제들에 대한 각성된 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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