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의 일대기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헬렌 켈러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시각과 청각이라는 중복 장애를 안았더라면 내가 과연 장애를 단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 봉사활동기관을 통해 열 손가락과 손바닥, 손등을 위해 자음을 표현하고 모음을 표현하며 단어를 만들고 내 의견을 나타내는 것을 배운 적이 있는데, 답답함에 짜증내고 현재 나라마다 수화가 다르다는 말을 듣고 화를 냈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또한 헬렌의 어머니였던 케이트 켈러에 관한 부분을 읽으며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딸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줄리언 치솜과 같은 전문가를 찾아 헬렌을 교육했던 어머니를 보며 세 아이를 위해 헌신하시는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기 때문이었다. 케이트와 줄리언 치솜의 만남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의 인연으로 이어졌고, 이 인연은 펄킨스 시각 장애 학교의 졸업생인 앤 설리번과 닿았다. 49년간 이어지는 헬렌과 설리번의 인연은 어머니인 케이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부분을 읽고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헬렌 켈러가 단지 장애를 극복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운동을 실천한 사회주의자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녀는 불리한 신체조건으로 인해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인권운동을 펼쳤는데, 사람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인권을 위해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국 시각 장애인 재단을 활성화시킨 것뿐만 아니라 1915년 조지 케술러와 함께 ‘헬렌 켈러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체를 설립하고 1920년에는 ‘미국 자유인권협회(ACLU)’의 설립을 돕기도 했다. 이 부분에서 자신이 힘들고 아팠던 것을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에 대해서 큰 감명을 받았다. ‘한 사람의 노력이 이토록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구나’를 느꼈기 때문이다. “장애는 인간의 제어를 벗어난 불행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헬렌 켈러를 기억한다. 장애가 ‘자신이 사는 세계’를 결정해 버릴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당당히 맞선 헬렌의 자세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설리번의 도움으로 성장한 헬렌은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내 놓으며 세상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 훌륭한 작가이자 인권가로 활동하며 헬렌은 많은 업적을 남겼는데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대통령 훈장도 그녀의 업적을 치하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많은 사람의 삶에 귀감이 되었다. 여성의 인권과 장애인 인권을 넘어 노동자의 인권까지 주장하며 잘못된 미국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애썼던 헬렌 켈러야 말로 진정한 인권옹호자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헬렌 켈러의 일대기를 다룬 「미라클 워커」와 헬렌 켈러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블랙」이라는 영화가 있다. 책을 읽고 또 이 두 가지의 영화를 보면서 실명, 실청, 언어라는 세 가지의 거대한 장벽을 넘은 헬렌 켈러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처음에 인물을 헬렌 켈러로 잡을 때 ‘나이가 몇인데 이런 걸 쓰지?’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잠시 망설였지만 헬렌 켈러는 내 삶에 있어서 몇 번의 감동을 준 사람이다. 중학교 때 ‘나눔터’라는 곳으로 갔던 봉사활동에서 만난 한 언니가 있다. ‘숭실’이라는 누나는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누나가 가장 큰 위안을 받았던 것이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통해서라고 했다. 이 말이 정말 인상 깊어 다시 꺼내 읽었던 헬렌 켈러의 자서전에서 큰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번에 헬렌 켈러 자서전을 다시 읽으면서 진심으로 그녀를 존경하게 되었다. 더불어, 삶에서 역경을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면 헬렌 켈러의 삶을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이거나 만져질 수 없다. 그것들은 오직 마음속에서 느껴질 것이다.”라는 헬렌 켈러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내 삶 속에서 항상 기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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