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될 때마다 한국식 나이 대신 만 나이를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태어난 날 이미 1살이 되고, 해가 바뀌면 한 살이 더해지는 한국식 나이가 혼란스럽다는 주장입니다. 공식적 나이인 만 나이보다 한국식 나이가 일상에서 더 많이 쓰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한국식 나이 ‘폐지’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올해 들어 사흘 동안만 14개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한국만의 나이 셈법이 글로벌화를 가로막는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모두 한국식 나이 대신 만 나이를 쓰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2016년 한 조사에서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일상에서 만 나이를 사용하자는 비율이 44%, 한국식 나이를 그대로 사용하자는 비율이 46.8%였습니다. 한국식 나이를 고수하고 싶은 사람이 오히려 조금 더 많다는 결과였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한국 특유의 서열문화가 그 이유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만 나이를 사용할 경우, 나이에 따른 서열 문화가 무너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1995년 3월 17일 생과 6월 14일 생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지요. 두 사람의 만 나이는 올해(2019년) 3월 16일까지 모두 23살입니다. 그러나 3월 17일부터 한 사람은 24살, 한 사람은 23살이 됩니다. 그 순간부터 형(언니), 동생의 서열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석 달쯤 뒤 6월 14일이 되면 이제 두 사람 다 24살 '동갑'이 됩니다. 생일이 지나면 친구가 형(언니)이 되고, 형(언니)이 다시 친구가 되는 등 서열체계가 계속 변하게 된다는 것이죠. 한 살이라도 많으면 ‘형’, ‘언니’를 붙여 말하는 한국어의 특성에 빚어질 수 있는 혼란입니다. 일부 네티즌들도 “어차피 서열문화가 더 문제”라며 “바꿔 봐야 몇 월/년생이냐 가지고 또 싸울 게 뻔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첫 만남에서 서로의 나이를 물어 서열을 정리하는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존댓말이 없는 언어문화권에 온 경우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나이에 따른 호칭보다 그냥 이름을 사용하는 게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외국, 특히 서양에서 만 나이 사용이 일반적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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