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다거북..인간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바다거북을 신성하게 여기는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세계 곳곳에 거북에 관한 다양한 설화가 존재하고, 특히 '토끼와 거북' 등 동화의 주인공으로 역사 속에 인간과 친숙한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전 세계에는 푸른바다거북과 붉은바다거북, 장수거북 등 7종의 바다거북이 있는데, 개체 수가 점점 줄어 모두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바다거북의 개체 수 감소에 인간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한 몫하고 있습니다.

<바다거북 부검해보니..뱃속에 쓰레기 가득>
지난 14일 오후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 부검실에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충북대학교 등 7개 기관에서 온 해양생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요즘 국내 연안에서 바다거북 사체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데, 부검을 통해 정확한 폐사 이유를 밝혀보자는 겁니다.
첫 번째로 부검대에 오른 건 제주 앞바다에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입니다. 부검에 앞서 엑스레이를 촬영해보니 소화기관에서 희뿌연 한 이물질이 발견돼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역시나, 위장에서 큼지막한 비닐이 나오더니 소장과 대장까지 쓰레기가 끝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8kg의 작은 바다거북 몸에서 나온 쓰레기는 비닐조각과 낚싯줄, 노끈 등 30점이 넘습니다. "이런 상태로 얼마나 고통을 겪다 죽었을까?" 부검을 지켜보는 연구자들의 얼굴에 분노와 슬픔의 빛이 교차했습니다. 푸른바다거북에 이어 몸길이가 2.7m까지 자라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거북 두 마리도 국내 처음으로 부검이 진행됐습니다. 역시 큼지막한 비닐조각이 소장을 막고 있는 등 쓰레기 피해에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폐사한 바다거북 절반은 해양 쓰레기 때문>

얼마 전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 뱃속에서 500mm 페트병이 나온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해양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유독 바다거북에 집중됩니다. 이유는 바로 바다거북의 먹이 습성 때문입니다. 바다거북은 해수면과 바닥을 오가며 물에 떠다니는 해파리나 해초를 주로 먹고사는데, 해양 쓰레기 가운데 비닐이나 낚싯줄, 노끈 등이 해파리나 해초와 비슷해 바다거북이 먹이로 착각하기가 아주 쉽다고 합니다. 이런 쓰레기들을 먹이로 착각해 삼키면 소화불량으로 먹이 활동에 지장을 주고, 심한 경우 장을 막아 폐사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지난해부터 바다거북 32마리를 부검했는데, 이 가운데 20마리의 폐사 원인을 분석했더니 5마리가 쓰레기를 잘 못 먹어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해양 쓰레기가 폐사에 직접 원인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5마리도 쓰레기 섭취가 폐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부검을 실시한 바다거북의 절반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쓰레기로 인해 죽었다는 말이 됩니다.거북이 뱃속에서 나온 쓰레기는 라면 봉지와 사탕 포장지, 낚싯줄, 노끈 등 종류가 다양한데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다가 함부로 버려 결국은 대형 해양 생물에게 다다랐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멀고 먼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코에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이 발견돼 심각한 해양 쓰레기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킨 적이 있는데요, 해양 쓰레기로 인한 재앙, 더는 우리에게도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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