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의 지혜 제1편
신라시대에 세워져1200년의 역사를 가진 해인사는 천년고찰이자, 세계문화 유산인 장경판전과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는 법보사찰입니다. 그곳에 위치한 국보 제52호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장경판전은, 대장경을 모신 건물입니다. 장경판전은 수다라전, 법보전, 동.서 사간전의 4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8만여장의 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장경판전에서 부식이나 변형없이 오랜 시간동안 대장경을 온전히 보관할 수 있었던 것은 신비로운 건축방법때문입니다. 건물의 앞 뒷면 창호의 위치와 크기를 서로 다르게 하여, 통풍이 원활하게 하고, 방습의 효과를 크게 하며, 실내 적정 온도의 유지하는 등 매우 과학적이며, 합리적입니다. 약 500년전에 세워진 판전건물이 기둥하나 기울지 않고, 진열과 판각작업을 할 때의 통행하는 동선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배려를 하여 만들었습니다.
또, 판전 건물은 가야산 중턱 서남향으로 위치해 있는데, 서남향은 뒤쪽의 어느 봉우리와도 일직선의 축을 형성하지 않는 좌향입니다. 이것은 해인사 주변에 부는 바람의 주방향인 동남향과 달리 서남향으로 건물이 들어섬으로 남쪽 아래에서 타고 올라오는 습기 찬 바람이 자연스럽게 판전을 돌아 옆으로 비스듬히 스쳐 지나가게 한 것입니다.
또 판전 주변의 지형을 남쪽 아래가 열리고 북쪽이 높게 막히게 하여 판전 뒤에서 북풍이 걸러지게 만들었습니다. 판전 건물의 왼편은 일조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주변 어느 곳에서도 언제나 그늘지거나, 항상 햇볕만 비치는 곳이 생기지 않으며, 모든 방향에서 건물 주위로 햇볕이 들어오도록 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남향이 아니라 좌향으로 건물을 배치하였습니다.
또, 판전이 있는 655m 지점은 계곡에서 불어 올라온 공기의 습도가 어느 정도 떨어지는 고도입니다. 이는 건물 내부의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고, 원활한 통풍과도 직결됩니다. 판전 내부를 보면 직사광선이 비쳐 경판이 상하지 않도록 진열대 사이의 간격을 3m 거리를 두었고, 또한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받지 않도록 지상에서 30cm 위치에 진열대를 세워 놓았습니다. 남쪽 건물인 수다라전의 동남쪽 창은 창살이 굵고 큰 데 비하여, 북쪽 건물인 법보전의 창은 작고 좁아 서로 대비되는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기의 원활한 흐름과 장경각 내의 적정온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산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수다라전 아래 남쪽면 넓은 창을 통해 들어와 진열대를 지나 북쪽면 작은 창으로 일부가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다시 벽면을 타고 북쪽면 작은 창으로 일부가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다시 벽면을 타고 위쪽 큰 창문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빠져나간 바람은 또 다시 법보전 아래 남쪽면 넓은 창을 통해 들어가 수다라전에서와 같은 공기의 흐름이 반복되어 완벽한 통풍을 가능하게 만드는데, 언제나 실내온도는 외부온도보다 0.5~2℃ 낮게, 습도는 5~10% 낮게 유지된다고 합니다.
또한 판전 내의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판전 바닥의 훍에 숯과 소금, 횟가루, 모래, 찰흙 등을 섞어 지반을 다졌습니다. 이것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데, 습기가 많을 때에는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할 때는 습기를 내뿜습니다. 이러한 흙의 자동 습도조절기능으로 경판의 변형을 막는 동시에 해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과학적인 건축 방식과 주변 환경을 이용한 건축은 지금도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지금까지도 팔만대장경은 장경판정에서 아주 안전하게 보관되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과학기술과 건축기술로도 장경판전과 같이 가장 효율적으로 팔만대장경을 보관할 수 있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