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

 
 
9월 ‘세계알츠하이머의 날’, 우리나라에서는 ‘치매극복의 날’이 있었습니다. 한국치매가족협회는 1990년에 생겨 현재 77개국의 회원국이 있습니다. 1994년 ‘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ADI)’의 NGO단체로 가입했습니다.

호주와 같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곳도 있지만, 굉장히 많은 단체들이 민간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서 이끄는 단체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와 함께 같은 년도 WHO 세계보건기구와 함께 ‘치매극복의 날’을 정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치매가족협회가 하는 일은 가족모임 및 상담을 비롯해 전국 8개 지부에서 전문 인력 양성 또는 인식개선을 위한 심포지엄 등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치매는 1990년대부터 뇌의 질병이라는 인식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이전까지는 ‘노망’이나 ‘망령’으로 불렸었습니다. 보통 사람의 건망증은 잊어버렸다가 다시 생각이 나지만, 치매는 최근 기억부터 잊어버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조금 전에 밥 먹은 사실은 잊어버리고, 옛날 고향이 어디였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기억만 남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병이 진행되는데, 이에 따라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개념이 없어지고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의식 또한 없어집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깜빡할 뿐’이라고 생각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매는 ‘노망’이나 ‘망령’과 달리 뇌가 수축해서 생기는 것으로,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가는 병입니다. 평균 8·9년, 60세에 치매가 걸리는 경우는 1~2%로 적지만 80세가 넘으면 4~5인 중 1인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시대가 지날수록 치매환자가 늘고 있는데, 평균 수명이 늘면 늘수록 많아지는 병입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와 뇌혈관성 치매가 많고, 그 외에도 70여 가지의 치매 관련 병이 있습니다. 요즘은 40~50세에도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환시가 일어나는 현상을 보이는 루이소체도 있습니다. 뇌혈관성 치매는 예방이 가능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직도 치료 가능성이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48만 인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예방법도 없지만, 뇌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및 동맥경화를 조심하는 등 예방법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올바른 식습관으로 혈관의 노화를 방지하고 자신이 살던 곳을 옮기지 않는 방법입니다. 규칙적인 식사 시간과 골고루 먹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치매 예방에 좋은 음식 중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달걀의 노른자입니다. 고혈압이 없는 사람은 달걀을 반숙해서 하루에 하나 먹으면 좋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 예는 간인데, 먹기 쉽지 않지만 식초 물에 데친 뒤 우스터 양념에 버무려 볶은 뒤 일주일 분씩 넣어두고 먹으면 좋습니다. 백내장에도 좋고, 손발이 따뜻해지며, 뇌에도 좋은 음식입니다.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은 현미와 우유로, 먼저 현미는 갈아서 찐 뒤 따뜻한 우유와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우유는 뇌의 전달물질을 빠르게 이동시키며 칼슘 흡수도 멸치보다 빠릅니다. 만약 우유를 마시지 못한다면 요구르트로 대신해도 됩니다.

치매는 주변 환경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옮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치매에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매는 치매에 걸린 당사자에게도 매우 안타까운 병임과 동시에 주위 사람도 힘들게 하는 병입니다. 보통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 판정을 받으면 마치 사형 선고 받은 것처럼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그럴 리 없다고 부정하고 생각이 많다가, 치매에 걸린 당사자가 화를 내거나 이상한 행동을 할 때는 ‘어디로 보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 다음 어딘가에 보내기 마땅치 않다는 결론이 서면 여러 가지 사회적 서비스를 찾습니다. 그때부터 ‘이 병은 낫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 병은 신체적 어려움보다 정신적 어려움이 더 많은데, 치매 환자는 밥을 먹어도 몸이 마르고 주 간호자와 다른 가족 간의 갈등도 생깁니다. 치매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어 많은 오해가 일어나기도 하며,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다가 제2의 환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매와 관련해 재가서비스 또는 시설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선 건강보험공단에서 진단을 받고 등급을 받으면 장기요양보험에 적용되는지 안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재가서비스인 경우에는 집에서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목욕,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이 이뤄집니다. 시설서비스는 시설을 찾아야 하는데 장기요양보험에는 표준장기이용계획서와 함께 인정서가 함께 나오는데, 이 두 가지 서류를 갖고 가야 합니다. 시설은 요양원과 그룹홈이라는 공동생활가정이 있으니 선택해서 들어가면 됩니다.

현재 치매에 걸린 어르신 70여 인을 모시고 있는데, 욕을 하시는가하면 망상부터 기상천외한 이야기까지 굉장히 다양하신데 그 분들이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것 자체가 재밌습니다. 출현 강도의 법칙에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일 못되게 대하고, 가끔 오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증상 때문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데, 예를 들어 ‘뭘 드시고 싶으세요?’라고 묻는 것보다 ‘비빔밥이 좋으세요, 된장찌개가 좋으세요?’라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무작정 묻는 것보다 좋은지 싫은지 대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지능이 낮아져도 느끼는 것은 그대로기 때문에 환자 앞에서 환자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쉽게 잊기도 하는 부분인데, 감정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적인 측면에서 치매 환자를 수치스럽게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치매 환자와 함께 사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회적인 서비스를 꼭 받아야 하고, 남의 손을 빌려야 하는 때도 생깁니다. 하지만 단지 어린아이처럼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고비를 잘 넘기면,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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