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은 없다

▲ 장애학생 도우미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 장애학생 도우미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필자는 2019-1학기부터 근로장학생으로 청각장애 학생이 듣는 수업 대필을 하고 있다. 같은 의류디자인과의 선배님이라 전공수업을 대필해드리게 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1학기 동안 청각장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필자가 맡게 된 수업은 실습이 많은 4시간 실기 수업이었다. 선배가 이 수업을 들을 때 나에게 원하는 것은 '귀'였다. 정보를 축약하거나 거르지 않고, 바로 전달할 수 있는 대필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중요 부분만을 대필해드리다가, 이후 선배와 연락하며 대필 스타일을 바꿔갔다. 설명을 하실 때는 대필하여 바로바로 sns를 통해 전달해드리고, 실습을 할 때는 추가 설명이 있을 경우 최대한 거르지 않고 대필하여 전달해드렸다.

 내가 곧 선배의 귀가 되었기 때문에 매 순간 집중해야했고. 상위 학년의 전공수업이라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제대로 전달해드리지 못해 죄송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느낀 것은, 사람은 생각보다 말을 정말 많이 하기 때문에 1분이라도 듣지 못하면 놓치는 부분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실습이 많은 수업이라 교수님이 직접 무언가를 그리시면서 "이 부분은" , "저기는" 하고 설명하실 떄가 많았다. 그러한 지시어를 "왼쪽 상단의 A점" 이라는 식으로 풀어서 선배에게 대필해드리는게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었다.

  대필을 하면서 선배가 일상생활에서 느꼈을 불편함을 고스란히 느끼게 되었다. 대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예전에는 단순히 귀로 듣고 중요한 부분만을 적으며 설명을 들었는데, 그런 활동을 할 수 없는 선배는 얼마나 불편할까?"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계속 들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에 함께 웃을 수 없다는 것이 참 슬펐다. 교수님이나 학생이 크고 작은 농담을 하며 함께 웃을 때, 선배는 혼자 가만히 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보면서 마음이 쓰여 그 이후에는 농담 같은 부분도 다 대필해드렸다. 선배가 그것을 보고 웃으실 땐 마음이 좋았다. 대칲 과정에서 '바로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는 것이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며, 늘 감사해야 하는 것임을 많이 느꼈다. 남은 학기 동안 선배에게 더 나은 대필 도우미가 되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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