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떠오른 차박(차에서 캠핑하는 것-차에서 숙박) 장소로 유명해진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육백마지기들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실 가는 길이 그리 순탄치 않았다. 평창과 정선 경계쯤에 있어(=시내에서 멀다=둘러가는 길이 많다) 더 그렇다. 그치만 덕분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뚫은 도로도 달려보고, 올림픽 경기장(정선 알파인)도 지나쳐봤다. 그래도 강원도 지역 사이사이끼리 연결 길이 오래걸린다는게 아쉽다. 저번에 간 인제 자작나무 숲에서 평창군까지 2시간 30분인데 숲에서 서울까지의 시간이 더 짧았던 걸 보면서 확 느꼈다. 더 옛날에는 두메산골이거나 거의 외부와 단절되었던 곳이 많았겠지. 그때도 어찌어찌 다 세금을 받아갔을 걸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 싶었다. 길을 따라가면 정말 산이란 산은 계속 나와서 구불구불한 것이, 원없이 본 것 같다. 강원도 어디서 보더라도 산이 안보이는 곳은 없을 것 만큼. 정말 이런 곳에서 산사태나 폭설이 오면 힘들겠다. 눈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안 생길 수 있겠다 싶다.

산길이라 구불구불하지만 아스팔트길이라서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끝에 한 2km정도는 네비에 잡히지 않고 비포장 흙길이지만 표지판이 설명이 잘 되어 있어 별 문제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앞에 차들이 같은 길로 가서 따라가면 됬다. 다만 우리가 올라갔던 그 때 보슬비가 내려 안개가 자욱했는데 정말 한 치 앞도 안보여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앞에 길이 있을지 없을지조차 잘 안보였다. 그냥 있을거라 믿고 갔다.) 조심조심해서 갔다. 갑자기 귀신같은게 튀어나올까, 낭떠러지일까, 라이터 안 켠 내려오는 차랑 부딪힐까, 정말 이 끝에 뭐가 있긴 한 걸까 좀 무서우면서도 모험같아서 꽤 신났다. 우리 차도 2륜구동이라서 많이 힘들었을거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4륜구동인 좀 큰차를 타고 올 것이다. 차박하기에도 적절하고. 풍력 발전소가 있는 곳은 다 이렇게 잘 닦여있을까. 그럼 그곳들도 괜찮을 것 같은데.

발전소 3호기 근처에 화장실이 있어 그 근처에 정박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원래 캠핑 목적으로 지어진 곳이 아니고, 청정지역으로 보존해야 하는 곳이라 한다면 여느때보다 자가수거, 흔적없이 깨끗한 캠핑을 해야 할 것이다. 밤에 보이는 별들이 참 예쁘다던데, 꼭 다시 와야지. 많이 유명해져서 주말엔 차들이 200대 이상 있다니, 웬만해선 평일에 가자(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흑흑).

우리가 간 날은 아쉽게도 비가 와서 안개더미에 묻혀있었다. 올라가면서도 점점 느꼈지만 1250m 높이의 평원은 생각보다 더 서늘했다. 초가을날 밤같은 날씨였다. 해가 없어 더 그랬을지도. 아, 육백마지기는 한 마지기가 논이나 밭을 세는 단위로 약200평인 것을 봐서 12만 평정도 될 만큼 넓은 대지를 말하는 것 같다. 기대했던 탁 트인 드넓은 풍경을 보진 못했지만(6월 말~7월 초쯤에 하얀 야생화들이 전부 살랑인다고 한다) 그토록 자욱한 안개속에 걷는 산책도 신비롭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치 망각의 공간 같았다. 이런 곳, 이런 느낌들이 평소에 내가 생활하던 그 시간에 같이 존재한다는게 낯설었다. 여행을 좀 자주 다녀야겠다. 내가 감히 생각치 못한 여러 모습과 느낌과 감정들이 그 시공간에 존재하고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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