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태생 문학 작가 김동리와 박목월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책을 별로 안읽어서 '김동리'라는 사람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는데(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에), 특이하게도 어릴적에 여러 상실을 겪으며 죽음에 대해, 여러 종교에 대해 많이 고심하고 사색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무녀도>는 노벨 문학상 후보였다.

<나그네>로 우리에게 익숙한 박목월 시인의 공간에서는 다른 시들과, <청록집>을 함께 발간한 사람들(조지훈, 박두진)과, 실린 책들과, 연습작 등이 보였다. 주변 사람들인지, 제자인지 여하튼 누군가와 주고받은 편지들이 놓여있었다. '…선생님, 많이 책망해 주십시오. 길가에 던져진 은화처럼 무능하고 불성실합니다.…' 같은 말들이 고해성사 같으면서도 어떻게 멀쩡히 저런 말을 보낼 수 있지? 그때 그들 사이에선 당연한 건가? 그래도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지금 우리가 참 감성이 매마른 건가 싶기도 하고. 사실 부러운 것들이 크다. 편지봉투 위에 적힌 주소들이 지금 쓰는 동네와 별반 다름 없어서 (서울 성북구 쌍문동298, 서울 종로구 원효로 등) 정말 그저 몇 년 전 주고 받은 얘기인 것 같은, 스쳐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그저 그런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 느껴졌다. 그러다 또 하나. 쓰고 싶지 않아도, 그러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려다 보니 익숙해졌을 일본글자들과 한자들이 다시 일깨워줬다. 아, 그 시간들은 모두 실제로 존재했던 것들이라고.

외로워했던, 아파했던 그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상쇄되었다면 참 다행이다. 아마 그런 구간을 나는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나오는 길에 마주한 <M으로 시작하는 이름에게>의 한 구절이 마음에 잠시 남았다.

'…나의 인생은 언제나 적당한 거리에 가로등이 켜 있는 길이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지나온 길 위에 그것은 열을 지어서 스크린의 한 장면처럼 끝없이 뻗쳐 있다. 또한 나의 미래는 설사 아무리 절망하기로니 늘 가로등이 대목마다 켜있는 길일 것이다. 내가 마음 속에 신을 잃지 않는 한, 혹은 시를 놓치지 않는 한, 그래서 나는 창백한 이마에 가로등의 그 쓸쓸한 불빛의 축복을 받으며 외롭게 흐뭇한 밤길을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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