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원제는 '가난한 자의 경제학(Poor Economics)', 가치중립적 제목이다. 한국어 제목은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번역자의 이해 배경은 납득할 수 있지만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들었다.차라리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밖에 없는 환경과 외적.내적 장벽들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들의 행동과 생각이 합리적인 납득을 가능케한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빈곤 퇴치는 경제학계의 오랜 숙제이자 해묵은 논쟁거리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초기에 대대적인 원조를 하면 빈곤 탈출이 가능하다는 '공급론'의 주창자이고 반면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교수 같은 이들은 "퍼줘 봐야 가난한 나라에 부패만 키운다. 자유시장시스템 도입이 정답"이라 반대하며 '수요론'을 내세운다. 전 세계 곳곳에 상존한 빈국과 빈민이 증명하듯, 아직 어느 쪽도 확실한 정답으로 공인받지 못한 상태다.

인도 출신의 배너지와 미국 출신 뒤플로, 미국 MIT빈곤퇴치연구소 경제학자들은 세계 40개국을 다니며 현장조사를 통해 '원조론'과 '수요론' 양극단 사이 중간지대에서 해답을 찾는다. 2005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8억6500만명은 하루 평균 99센트로 생활한다. 배너지와 뒤플로는 가난한 사람들이 왜 남들 보기에 답답한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주면서 '빈곤의 덫'에서 탈출할 사다리를 모색한다.

배너지와 뒤플로는 "빈자가 부자보다 합리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뭔가를 선택할 때 훨씬 더 신중하게 행동한다. 꼼꼼한 경제학자처럼 행동해야 생존이 가능한 까닭"이라고 말한다. 빈자에겐 내일의 희망보다 오늘의 현실이 너무도 급하다. 그러나 그 꼼꼼함은 일반적 기준에선 비합리적 선택이 되곤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에 돈을 더 많이 쓴다. 몸이 재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예방보다는 탈이 난 다음에 치료에 더 많은 돈을 쓴다. 예방 접종률 높이기가 어려운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홍역 예방주사를 맞으면 홍역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예방주사를 맞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홍역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또 홍역예방주사는 맞혔는데 다른 질병에 걸리면 가난한 부모는 속았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병원을 찾지 않기 십상이다. 무료 예방주사라도 마찬가지다. 말라리아를 막기 위한 모기장, 빈혈을 해결할 철분강화 생선소스, 임산부를 위한 요오드 강화 소금, 식수를 소독할 염소 등은 가난한 사람들도 살 수 있는 값싼 해결책.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이를 구입하지 않고 질병의 위험을 안고 산다. 이유는 그 결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과학지식도 너무 난해해 자신이 직접 이득을 본다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를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도 큰 몫을 한다. 인도의 우다이푸르 지역에선 빈민들의 25%만 공중의료시설을 이용하고, 절반은 사설의료시설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보파(bhopa·주술사)를 찾아간다. 사설의료시설 의사는 돌팔이가 대부분에 비용도 비싸지만 보건소의 간호사는 태반이 자리에 없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이 먹는다'는 선입견도 사실과 다르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중국의 두 지역에서 가난한 가정에 밀가루 국수와 쌀을 대폭 할인한 가격으로 제공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값이 싸진 국수와 쌀 소비를 줄이고 대신 새우와 육류 소비를 늘렸다. 기본적인 영양섭취 이후엔 양보다는 질을 더 선호했던 것이다. 모로코의 한 농민은 먹을 것이 부족하다면서도 TV, 위성수신 안테나, DVD 플레이어까지 갖추고 산다. 1년 중 70일은 농사, 30일은 건설현장 일을 하고 나머지는 일감을 기다리는 그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TV와 가족행사, 종교행사가 낙이다. 그 농부는 말한다. "아, TV는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겁니다." 쾌락도 생존의 이유 중 하나다.

세계 곳곳을 현장 조사한 배너지와 뒤플로는 소박한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넛지(nudge).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이다. 두 사람은 우선 '무작위 대조실험'이란 방법으로 개선책을 찾아봤다. 인도의 우다이푸르 지역이 대상. 이 지역 주민들은 아이가 돌이 지나기 전 집 밖에 나가면 악마의 눈에 띄어 일찍 죽는다는 미신이 있었다. 연구팀은 마을을 선정하고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는 예전 방식 그대로 놔두고, 두 번째는 간호사가 예방접종을 독려했다. 마지막 그룹은 아이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받으러 오면 콩 2파운드를 주고, 필수 예방접종 5가지 모두 받으면 스테인리스 쟁반세트를 줬다. 6개월이 지나자 '콩·쟁반 그룹'의 접종 완료율은 38%. 두 번째 그룹은 17%, 첫 번째 그룹은 6%였다. 세계적 기준엔 못 미치지만 콩과 쟁반은 미신도 어느 정도 깨는 의미 있는 유인책이 된 것. 저자들은 "넛지 방식은 특히 주어진 일의 혜택에 확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작물을 수확해 판 돈을 금방 써버리는 바람에 비료를 뿌릴 철에는 돈이 없는 케냐의 농민을 위해 실시한 '비료 상품권', 차(茶)·군것질·술·담배 소비를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자립할 수 있는 소액을 대출해주는 인도의 소액금융 등의 사례는 자제심을 강제해 저축으로 이어지게 하는 효과를 얻었다. 그 밖에도 배너지와 뒤플로는 정부, 지자체, NGO, 개인이 각각 빈곤퇴치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다양하게 제시한다.책이 제시하는 해결책 역시 전 세계적으로 빈곤을 몰아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 책의 미덕은 오히려 세계 40개국의 각기 다른 사정에 처한 빈자들이 어떤 이유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고 고민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부분에서 빛난다. 배너지와 뒤플로는 "우리는 모든 문제를 몇 가지 원칙으로 단순화하는 게으르고 정형화된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선택 논리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빈곤의 퇴치를 경제학적으로  보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정치적.제도적.정책적으로 효과적인 고민과 빈민층에대한 정신적.사회적인 교육의  기회, 잘 살고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의 의미,삶의 기쁨이라는 동기유발에 어떤것이 필요할지 고민해야한다.아주 구체적으로.. 이 책이 출판된 연도가 2012년 .지금 이들이 빈민퇴치연구를 계속해 오면서 노벨경제학상을 타기까지 이들의 조국. 인도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떠오르는 경제 도약으로 발돋움하는 인도. 그러나 세계 유래 없는 신분제.계층차별제 국가.법적으로 차별은 폐지 되었으나 절대 뿌리 뽑히지 않고 경제 발전 속에 더욱 드러나 보이는 계급제도. 인간으로 태어나 한 존재로서의 귀한 삶을 설계하고 추구하게 하는 앎과 깨달음의 기회를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부여해 주는것 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는지.노벩ㅇ제학자들의 노력과 그들의 현실이 어떻게 가까와지고 있는지 더 공부하고 싶은 의지가 샘솟는다.

 

저작권자 © 복지TV부울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