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우선 한 해의 첫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며 특히 신성한 날이라는 신앙적인 의미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설은 신성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오늘날의 설은 국가차원의 공휴일이지만 전통사회에서처럼 대보름까지 설명절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설날은 초하루로서 차례를 지내는 날이다. 그리고 성묘는 설을 전후하여 한다. 근래에는 설 연휴를 이용하여 국내외 여행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반면 민속박물관이나 민속촌과 같이 설날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을 가족 단위로 찾는 문화가 생성되기도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구정과 신정이라는 신년을 두 번 맞는 문화를 만들었다. 설날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서 오늘날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와 같은 인사말을 연간 두 번에 걸쳐 한다. 좋은 말이니 많이 할수록 좋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태양력을 기준으로 한 새해에 이미 인사를 하고 다시 설에 똑같은 인사를 한다는 것이 다소 어색하다. 실상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신년 인사말은 전통적인 덕담이 아니라 새로 생긴 현대판 덕담이다. 그렇다면 일상력인 양력으로 새해를 맞았을 때에는 신식 덕담을 나누고 우리 전통명절인 설날에는 “과세 안녕히 하셨습니까”, “과세 편안히 하셨습니까”와 같은 전통적인 인사말을 하는 것도 무방하리라 본다. 이는 설이라는 전통문화를 소박하게나마 이해하는 길이다. 설과 추석 무렵이면 ‘민족대이동’이 화두가 되고 있다. 명절연휴에 고향을 찾는 인파가 물결을 이루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어른’들이 자녀를 찾는 역류현상도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은 고향을 찾는 인구가 많다. 그래서 오늘날 설은 ‘전통문화를 보존’한다는 측면과 ‘만남’을 갖는 절대적인 시간이 된다는 측면에서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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