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국내 신규 환자는 64명이었다. 이달 15일 100명 아래로 줄어든 이후 대구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18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계속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3월 2일 사이에 800~1000명대 환자가 발생하던 때에 비하면 큰 격차다. 전체 누적 환자수를 그린 그래프는 완만하게 기울어졌다. 일각에서는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착시’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 방역당국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환자 수가 (100명대 내외의) 어느 수준을 유지하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환자 수가 얼마나 줄어야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두 자릿수 환자 발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손영래 중수본 홍보관리반장 역시 “100명의 신규 환자가 나타나더라도 한 기관에서 발생하면 1건과 같다. 반대로 10명이라도 10곳이 국내 곳곳에서 발생하면 10건이 된다”며 “(환자 수보다) 환자 그룹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감소세를 이끈 것은 순전히 대구 경북 지역 신천지 집단감염이라는 하나의 '이벤트'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23일 기준으로, 대구의 환자는 6411명으로 전체 환자의 71.54%, 경북은 1256명으로 14.02%를 차지한다. 둘을 합치면 85.6%에 이른다. 이들이 2월 말 한꺼번에 발생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환자 추적 검사로 대부분 단기간에 확진 판정을 받고 현재 신규 발생 수가 하루 수십 건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전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큰 집단감염이 감소세인 것이지, 전국 발생 수가 감소세인 것은 아닌 셈이다.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의 신규 환자 수는 전혀 줄고 있지 않다. 23일 방대본이 공개한 서울·경기 지역 누적 환자 현황 그래프에 따르면, 서울은 대구 집단감염이 한창이던 2월 말에 한 차례, 서울 구로구 콜센터 건물 집단감염이 일어났을 때 한 차례 기울기가 치솟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형태다(아래 그래프). 경기 지역은 2월 22일 이후 거의 일정한 기울기로 증가하고 있다. 둘 다 기울기가 완만해지는 경향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19 환자 수가 줄어들어 안정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일종의 착시효과”라며 “수도권은 1~2주간 환자가 전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이 인구의 절반임을 고려했을 때, 전체적으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방역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4월 5일까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민 강제 이동제한 명령을 통하지 않고, 최대한 생활의 자유를 보장한 상태에서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해서 최대한 지역사회 감염을 줄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23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초기 경증 상태에서도 높은 전파력을 보이고 퇴치도 어렵다. 장기화할 것”이라며 “최대한 감염 인구를 줄이고 고위험군에게 감염돼 중증이 되지 않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전세계적으로 (22일 기준으로) 환자가 32만 명 이상 발생했고 사망자도 1만 2000명이 넘었다. 각국이 극복을 위한 제한조치를 발표하고 있다”며 “한국도 22일부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에 사람간 접촉을 최소화해야만 차단이 가능하다. 2주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복지TV부울경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