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유연제를 넣지 않고 수건이나 속옷을 빨면 햇빛에 말린 후 옷감이 빳빳해진다. 과학자들이 분석해보니 그 원인은 물이었다. 건조 후에도 섬유 사이에 남은 물이 접착제처럼 실들을 달라붙게 해 수건이 딱딱해진다는 것이다.
일본 화학회사 카오주식회사와 홋카이도대 공동연구진은 지난 27일 국제학술지 ‘물리화학 저널 C’에 “자연건조 후에도 면직물에 남아 있는 물이 섬유들을 교차 결합시켜 옷감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밝혔다.카오사 연구진은 앞서 연구에서 세탁 후 햇빛에 말린 수건이 빳빳해지는 것은 섬유 사이에 있는 결합수(結合水, bound water)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결합수는 유기물과 수소결합을 이루고 있어 쉽게 분리되는 않는 물을 말한다. 반면 자유수(自由水, free water)는 유기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물로 건조하면 쉽게 제거된다.연구진은 면직물 표면에 있는 결합수가 이른바 ‘모세관 부착’ 현상에 의해 섬유들을 달라붙게 한다고 추정했다. 모세관 현상은 두 고체 표면 사이에 있는 물이 샌드위치의 잼처럼 양쪽을 달라붙게 하는 현상이다. 이를 테면 빨래를 자연건조하면 섬유 사이에 있는 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옷감을 빳빳하게 만드는 풀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홋카이도대의 켄-이치로 무라타 교수 연구진은 모세관 부착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원자현미경(AFM)으로 자연건조한 면직물의 표면을 분석했다. 원자현미경은 면직물 표면에 다른 물질이 들러붙도록 점착성을 가진 물질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 물질은 섬유를 이루는 셀룰로스 성분이 아니라 물 분자로 확인됐다.
카오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새로운 세탁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홋카이도대의 무라타 교수는 “그 동안 섬유 유연제가 섬유 사이의 마찰력을 감소시킨다고 생각했다”며 “결합수가 면직물을 단단하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유연제의 원리를 다시 생각하고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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