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에는 ‘일본인 가옥거리’라고 불리던 곳이 있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에 위치한 ‘근대문화 역사거리’는 수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들만 와서 구불구불한 골목을 살피곤 했는데, 지난 2012년 구룡포 근대역사관 개관과 함께 정돈된 후 구룡포를 찾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00여년 전 쯤, 가가와현의 고깃배들이 물고기 떼를 쫓아 이곳까지 오고 난 후 많은 일본인들이 구룡포로 이주했다. 1932년에는 그 수가 300가구에 달했다니 상당한 규모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일본인들이 구룡포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일제강점기를 통해서였다. 포항 뿐 아니라 부산이나 통영 등 남해의 바닷가 마을에선 일본식 가옥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근대문화 역사거리에 들어서서 조금만 걷다보면 ‘구룡포 근대역사관’이 나온다. 그곳은 가가와현에서 온 하시모토 젠기치가 지은 2층으로 된 일본식 목조가옥이다. 1층에는 100년 전 일본 어부들이 구룡포에 정착하게 된 상황과 당시 일본인들의 생활상이 전시되어 있다. 부엌이나 화장실, 거실 등 당시 이곳에 살았던 이야기들을 그대로 재현해 두었다. 2층에는 당시 구룡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일본인들로 구성된 '구룡포회' 회원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 작은 정원과 다다미를 품은 전형적인 일본식 집을 구석구석 살필 수 있다.
또한 근대문화 역사거리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간판이나 가게, 주인공들이 열연을 펼쳤던 포토 스팟도 있어 방문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여러 가지 설이 내려오기는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를 들자면, ‘구룡포’라는 지명은 ‘신라시대 장기 현감이 고을을 순찰하던 중 용주리를 지날 때 별안간 하늘에서 천둥이 치고 폭풍우가 휘몰아쳐 급히 민가로 대피했는데 바다에서 열 마리 용이 승천하다 한 마리는 떨어지고 아홉 마리만 하늘로 올랐다’는 데서 유래하였는데, 떨어진 용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구룡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근대문화에 대해 공부도 하고, 가까운 구룡포 시장과 호미곶 등대, 해안가를 따라 자리잡은 이색적인 커피숍에 가보는, 주말 여행 코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