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구제청구 소송에 법원 ‘기각’ 판결… “곤란한 사정 있어 차별? 장애인 안전 위협”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으로 사고 위험에 노출된 장애인 당사자들이 낸 차별구제청구소송이 기각됐다.

지난 28일~29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가 연이어 성명을 발표, 30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홈페이지 게시물을 통해 관련 입장과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7월 신촌역과 충무로역의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의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이 제기됐고, 지난 8일 서울동부지법 제14민사부는 피고인 서울교통공사의 편을 들어 이 사건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원고측은 지난 27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열차와 승강장 12cm 간격, 휠체어 바퀴 끼고 넘어지고

장애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휠체어를 이용하는 원고 장OO 씨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하차를 하던 중 휠체어 앞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또 다른 원고 전OO 씨 역시 지하철과 승강장 단차에 휠체어 바퀴가 끼어 휠체어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이처럼 서울 지하철 곳곳에는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 틈새가 넓어 위험한 공간들이 있다. 심지어 신촌역은 그 간격이 12cm다.

이에 두명의 장애인 당사자를 원고로 하는 소송이 지난해 7월 제기됐다.

지하철 신촌역과 충무로역에 대해 간격이 10cm를 넘거나 그 높이 차이가 1.5cm를 초과하는 부분에 ‘장애인 승객의 사고를 방지하고 정당한 이동편의지원을 위한 안전발판 등 설비를 설치하라’며,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차별구제 소송을 낸 것.

법원은 소송이 진행 된지 1년 여 뒤인 지난 8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소송을 지원했던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입장을 냈다.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법원은 지하철의 승강장 연단과 차량사이 간격과 높낮이 기준을 규정한 관계법령이 제정될 당시 ‘이미 완공됐거나 공사 중인 역에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경과 규정에 주목했다. 간격규정은 2004년 생겼는데, 신촌역은 1984년, 충무로역은 1985년 준공됐다는 이유다.

안전발판 등의 설치 여부도 차별이 아니라고 봤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도시철도차량이 제공해야 하는 편의 내용에 ‘휠체어 승강설비’가 제외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단체들의 설명이다. 

특히 정당한 편의와 장애인 차별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비판이 이어졌다.

장애인차별금지법 4조에는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장애인 차별이 발생하더라도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공감 측 게시물에 따르면 법원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안전발판 등 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인정할 수 없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하는 차별이라고 하더라도, 자동식 안전발판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부족한 이유로 안전설비를 설치하고 있지 못한 것이므로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봤다.

2016년 감사원이 자동안전발판의 안전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에 실제 설치로 진행되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든 것.

이와 관련해 장총은 “감사원의 의견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교통약자에 대한 정당한 조치 의무와 차별 발생 판단에 근거 잣대로 해석될 수 있는 선례를 남길 것이며, 추가적 시공기법에 대한 검토 노력조차 하지 않는 부끄러운 민낯으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법원은 충무로역에서 시행 중인 원스탑케어 서비스와 교통공사가 시행 중인 안전승강장 위치 안내 앱,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 등을 들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봤다.”며 “매일 이용해야 하는 지하철에서 몇 정거장 전부터 긴장하며 전화하고, 내가 탄 차량의 고유번호 질문에 답변해야 하고, 역마다 다른 안전승강장 위치에 낙담하며, 불안한 이동식 발판을 이용하기 위해 수십 여 분을 기다려야 하는 서비스가 정당하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장총련은 “지하철 승강장 간격 12cm는 장애인에게 죽음으로 향하는 틈새.”라고 표현하며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대체 무엇인가.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지향하고 책임져야 할 교통공사가 얼마나 곤란한 사정이기에 고작 12cm의 간격에 휠체어 바퀴가 빠져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장애인 당사자가 승강장 바닥을 나뒹구는 위험한 현실을 외면하는가.”질타했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 “이번 법원의 판결은 ‘법의 이름’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정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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