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차지한 ‘점유율 1위’ 자리를 반년 만에 반납했다. 최근까지 LG화학을 선두로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 순위가 나란히 오르며 고무적이었지만,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충격에 전통의 강자들이 주춤한 사이 일군 반짝 성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통의 강자 중국 CATL이 탑재량과 시장점유율에서 LG화학을 밀어내고 1위에 복귀했다. 전 세계 전기차 탑재량을 기준으로 중국 CATL 2.8GWh, LG화학 2.4GWh, 일본 파나소닉 2.1GWh, 삼성SDI 0.6GWh, 중국 BYD 0.6GWh, SK이노베이션 4.8GWh 등 순이다. LG뿐 아니라 삼성, SK 등 국내 3사는 모두 작년보다 성장했다.SNE리서치는 “한국계 3사의 성장세는 이들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판매가 증가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은 테슬라 모델3(중국용), 르노 조에(ZOE), 포르쉐 타이칸 등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삼성SDI 배터리는 아우디 E-트론, 포드 쿠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BMW 330e 등에 탑재됐고, SK이노베이션은 기아 니로 EV와 현대 포터2 일렉트릭, 쏘울 부스터 등의 판매 호조가 성장을 견인했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는 7월 기준 세계 4위까지 올랐다.반짝이지만 세계 1위를 쟁취한 것은 포트폴리오의 힘으로 분석된다. CATL, 파나소닉과 달리 공급처가 다양한 국산 3사는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발 충격에도 상대적으로 위기를 분산 관리해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중국, 그 시장의 절반을 점유한 CATL,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미국 테슬라와 밀월관계인 파나소닉에 밀려 유럽 등 제3시장을 개척해온 고단함의 역설이다.1∼8월 신규등록된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총량은 64.7GWh로 전년 동기(71.8GWh)보다 9.9% 감소했다. 작년 8월 이후 경기 침체, 연초 터진 코로나19로 인한 중국과 북미 시장의 역성장이 가져온 결과다. 그런데 월별로 보면 최근 회복세가 뚜렷하다. 8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51% 성장했고, 이 중 중국이 42% 증가하며 8개월 만에 10만대를 회복했다. 북미 역시 지난 5개월 월평균 41% 감소에서 8월 8% 감소로 완화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6개월간 이어진 한국 배터리의 성장 국면은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테슬라의 배터리 독자생산 리스크까지 불거져 이제는 수익성(흑자전환 전망)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어떻게든 진출해야 하고, 중국 외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특히 중국은 제품이나 원가 경쟁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아니어서 정부 지원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편, 세계 시장 1위의 호재 속에 배터리사업 분할을 단행한 LG화학은 성난 개미들의 투매로 이달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분사안 통과에 필요한 찬성표를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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