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들의 공부 시간은 주의집중력 여부를 제외하고 전 세계 어느 나라 청소년들보다 길다. 경쟁 사회 영향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할 청소년 시절까지 공부로 잠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이 아닌 고학년이나 중, 고등학생이 부모에게 악기나 운동을 새로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많은 부모들은 ‘그 시간에 공부나 해라’라고 타박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경과학자들이 악기 연주나 체육 활동은 아이들의 인지기능을 향상시켜줄 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높여주고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칠레 폰티피시아 가톨릭대 의대, 데싸로요대 의학부, 복잡계 사회연구소, 신경영상연구실 공동연구팀은 어려서 악기 연주를 배우는 것이 주의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를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최신 신경과학’(Frontiers in Neuroscience) 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효과는 어린 시절 악기를 배울 때보다는 덜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0~13세 남녀 어린이 40명을 대상으로 집중력과 작업기억력을 측정했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정보를 일시적으로 보관해 각종 인지 과정을 계획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공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단기기억이다. 작업기억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장기기억도 형성되지 않게 된다.

실험에 참여한 40명 아동 중 절반은 2년 이상 악기 연주를 배웠고 주당 2시간 이상 연습하고 있으며 나머지 20명은 학교 교과과정 이외에는 별도로 음악을 배우지 못했으며 평소에도 음악이나 악기 연주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로 구성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추상화와 인물화를 보여주면서 4초 가량의 짧은 멜로디를 동시에 듣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후 그림을 보여주면서 멜로디를 연결하거나 멜로디를 들려주면서 같이 제시된 그림을 연결하도록 하면서 응답의 정확성과 반응시간을 측정했다. 이와 동시에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도 촬영했다.

그 결과 두 집단 간에 반응시간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기억력은 악기 연주를 배운 아이들의 점수가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악기를 배운 아이들은 기억을 할 때 모서리위이랑, 전두엽이 특히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서리위이랑은 시각정보와 다양한 감각정보를 받아들여 감각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장소이다. 또 소리를 기억해 작업기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운 루프’도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엽-모서리위이랑-음운루프로 연결되는 대규모 뇌연결망은 목표지향적 작업과 인지요구 작업을 처리하는데 필요하다.

연구팀은 추가적인 측정을 통해 악기 연주를 배운 아이들이 읽기 독해능력 뿐만 아니라 창의력이 우수하고 주의력 조절능력, 스트레스 조절 능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 연구팀은 성인들도 악기를 배울 경우 이전보다 주의집중력, 기억력과 스트레스 조절능력도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를 주도한 레오니 카우젤 칠레 폰티피셜 가톨릭대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음악적 훈련이 뇌신경 회로의 연결성을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음악 부문만을 다뤘지만 아동 청소년기에 예체능 활동을 하는 것은 인지기능 향상은 물론 스트레스 관리 같은 정신건강 차원에서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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