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는 당나귀답게’는 풍자 문학의 거장 아지즈 네신의 작품들을 엮어놓은 책이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내가 제일 운이 나빠!’ 라는 제목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에는 여러 교통수단들이 나온다. 자전거, 버스, 배, 택시, 무궤도 전차, 기차, 비행기 등의 교통수단들은 서로서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불평과 불만을 늘어놓으며, 서로를 부러워 하게 된다. 그래서 서로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기차는 레일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배는 출렁이는 바다를 떠나 안전한 육지로 가려 했으며, 비행기는 활주로에 내린 후, 버스처럼 자유롭게 도시 속을 활보하려 애썼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기차는 그 자리에서 뒤집히고 말았다. 육지로 올라가 안전한 곳을 찾던 배는 모래에 처박혀 갑판이 부서지고 말았고, 비행기는 작은 바퀴로 마음대로 달리다가 날개가 그만 벽에 부딪혀서 고장이 나 버렸다. 모두 원하는 길을 가고 자신의 불행에서 벗어났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처참했다. 책에서 각 교통 기관의 역사가들은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고 적혀있다. “어떤 교통 기관이든 간에 자신이 아닌 것으로 바꿔 보려는 순간, 그 자신으로도 남아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 무엇도 될 수가 없다.” 이 구절은 자신이 바라는 것 만을 좇으면 자기 자신조차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의미같았다.
  재치있는 문체와 농담으로 사회의 부조리와 악습, 그리고 폐단을 풍자하는 이 책을 모두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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