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세계화에 불을 지핀 건, 케이팝(K-POP)이 국악을 적극 활용하면서다. 그 중심에는 방탄소년단(BTS)이 있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발매한 ‘아이돌’(IDOL)에 ‘덩기덕 쿵더러러러’라는 굿거리 장단을 구음으로 사용하고, ‘지화자 좋다’ ‘얼쑤’ 등의 추임새를 넣었다. 같은 해 멜론뮤직어워드에서는 삼고무, 부채춤, 봉산탈춤 등 전통춤을 함께 선보이면서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섰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국악을 노래에 담아냈다.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이름으로 ‘대취타’를 발매했는데, 이 곡은 한국 솔로 가수곡으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에 같이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고,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1억5000만 뷰를 넘어섰다. ‘대취타’는 왕이 행진할 때 쓰이는 전통 군악인 대취타를 샘플링해 민든 곡이다. 실제로 곡에서는 전통악기들의 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슈가의 샘플링으로 전통음악 ‘대취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물론 방탄소년단이 처음으로 국악을 케이팝에 활용한 건 아니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서태지와아이들은 1993년 ‘하여가’에 태평소 가락을 샘플링했다. 국악을 이용한 서태지의 아이디어가 돋보였지만, 고리타분하게 여겨졌던 국악이 대중음악과 놀랍도록 조화를 이뤄, 그 당시 대중을 놀라게 했다. 또 싸이는 독일 월드컵 및 런던 올림픽 응원가에 국악과의 콜라보를 진행했고, 지드래곤(GD)도 '늴리리야‘ ’맙소사‘ 등의 곡에서 국악의 추임새를 적절히 활용했다.

즉, 과거에 국악은 대중가요 속에 하나의 모티브에 그쳤다면 슈가의 ‘대취타’는 국악을 곡의 메인 테마로 사용해 전면에 내세웠다는 차별점이 있다. 국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방송가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 24일 방송된 ‘불후의 명곡’은 ‘2020 국악인 특집’으로 꾸며져 김용우, 박애리·남상일, 송소희, 고영열, 서도밴드, 김태연 등이 출연했다. 이들은 가요에 국악 창법을 사용하거나, 판소리를 더한 편곡 등으로 국악이 현재 바라보고 있는 지향점들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이날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고영열은 JTBC ‘팬텀싱어3’에 출연하며 주목 받았던 인물이다. ‘팬텀싱어3’를 비롯해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젊은 국안인들이 출연하면서 대중문화계를 휘어잡고 있다. 특히 ‘미스트롯’을 통해 배출된 가수 송가인도 중앙대학교 음악극과를 졸업한 판소리 전공자다.
한 국악 관계자는 “사실 국악은 오래 전부터 대중음악과 친숙한 장르였다. 하지만 한때 순수예술인 국악과 대중예술인 가요를 다른 범주에 두게 되면서부터 괴리가 생겼다”면서 “젊은 국악인들이 대중화, 세계화에 앞장서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다시금 두 장르 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케이팝이 현재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유명 가수들이 우리의 음악과 문화를 알리는 것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국악계의 발전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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