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어려운 선거공보물, 투표용지 등 발달장애인 접근성↓ 원하는 후보 뽑지 못한 사례도… “읽기 쉬운 자료, 그림투표용지 등 제공돼야”

18일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상대로 발달장애인 공직선거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했다.
18일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상대로 발달장애인 공직선거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했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 

대한민국헌법 제24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당, 후보 등을 뽑는 것은 참정권을 실현하는 핵심적인 권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에서 외면당한 이들이 있다. 바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다. 

어려운 단어가 가득한 선거공보물, 번호와 이름으로만 표기된 투표용지는 발달장애인들이 투표소로 가는 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50일, 장애계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나섰다.

18일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등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상대로 발달장애인 공직선거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모든 국민은 공직선거 투표에 참여해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장애로 인해 인지·언어 이해가 원활하지 못한 발달장애인들은 참정권을 행사하는데 제한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권리 행사에 누구도 차별 받지 않도록 국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발달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등하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켓을 든 기자회견 참가자.


어려운 선거공보물, 투표용지 등 발달장애인 접근권 ‘외면’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뽑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어려운 한자어와 개념어로 채워진 선거공보물 등으로 원활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

실제 투표소에 방문해도 시각적 정보가 없는 투표용지로 인해, 언어이해가 원활하지 못한 당사자는 각 후보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차별구제소송에 참여한 발달장애인 A씨는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그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지적장애가 있어 어려운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제한이 따른다.

그 결과, A씨는 어떠한 정당과 후보자가 자신의 정책적 선호에 부합하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다른 사람이 뽑으라고 알려준 후보에게 기표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경험이 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B씨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B씨는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하나, 눈에 익숙한 글자 외에는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후보자의 얼굴, 정당의 로고 등을 외워서 투표소를 방문했으나, 시각적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투표용지로 인해 무작위 기표를 하고 나와야만 했다.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한국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들.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한국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들.


장애계 “장애유형에 맞는 정보, 편의제공 이뤄져야”

이에 대해 장애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 행위’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행법에서 장애인 참정권을 위한 편의제공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읽기 쉬운 선거공보물, 그림투표용지 등 장애유형에 맞는 적극적 조치명령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원고 당사자는 “누구나 선거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껏 받아온 선거공보물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웠다. 내용에 상관없는 사진도 많아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어 “투표용지를 봐도 마찬가지다. 후보자들이 너무 많고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다. 해외에서는 그림으로 표현한 투표용지가 있다고 하나,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아 어려움이 반복되고 있다.”며 “투표할 권리는 장애가 있든 없든, 사람이라면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는 기본권이다. 그 권리를 지켜줬으면 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소송대리인으로 나선 사단법인 두루 이선민 변호사는 “우리는 관련 홍보물이나 토론회를 통해 선거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곤 한다. 하지만 해당 내용들은 어려운 용어로 가득 차 있어,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은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본격적인 소송에 나섰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나아가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 진정한 참정권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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