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의 미래

 
 

우리가 서 있는 이 땅, 이 지구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변화가 일어나왔다.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쌓이고, 쌓여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지질학은 그러한 지구의 변화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지질학은 우연히 해부학자 스테노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는 17세기 사람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상어를 해부하며 연구하던 도중 그 상어의 이빨이 당시에 유행했던 돌덩이와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돌덩이가 사실은 동물의 일부분, 즉 화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어가 오래전 그 지역에 일어난 홍수로 인해 쌓인 퇴적물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암석의 생성 과정을 6개로 나누고, 지층겹쌓임에 대해 연구했다. 하지만 약 1세기가 지난 후에야 어느 농부에 의해 새로운 가설이 생겨나게 된다.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지만, 농사를 지으며 토양의 형성 과정을 관찰한 허턴은 새로운 두 가지 이론을 제시했다. 그 첫 번째는 “현재는 과거의 열쇠다”로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이 과거에도 똑같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다”라는 것으로 지구의 역사가 언제 시작되었고, 또 언제 끝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구 표면에서 매우 느리고 오랫동안 일어나고 있는 지질 현상이 과거에서부터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이론으로, 동일 과정의 법칙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들은 모두 19세기나 되어서야 빛을 발하게 된다. 그 당시 런던 지질 학회가 만들어지면서 여유로운 상류층들이 밖에 나가 암석을 캐와서 그것을 연구하는 과정이 마치 유행처럼 퍼지게 된다. 그러던 중에 스미스라는 한 측량기사가 측량 도중에 발견되는 특별한 돌을 캐서 수집을 한다. 그렇게 채집한 화석과 암석을 종류에 따라 분리하던 중에 각 지층에 따라 나오는 화석이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특징들에 따라 암석들을 분류해서 표로 만들었고, 그것을 정리해서 세계 최초의 지질도를 그리는 업적을 남긴다. 하지만 스미스는 상류층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런던 지질 학회에서 그의 연구를 인정하고 특별공로상을 통해 그를 받아준다. 그렇게 19세기가 되어서야 지질학은 자연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세기 지구과학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구 내부였다. 한 공상학자는 지구 내부가 텅 비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우리가 지구 내부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광산의 갱도이지만 그것도 겨우 3~4킬로미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지구 내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지구의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지구 내부가 전부 녹아서 액체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열역학 제 2법칙을 만든 캘빈이라는 물리학자는 지구 내부가 액체가 아닌 고체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고 물리학을 통해서 증명했다. 또 다른 과학자 피셔는 지구에 층이 있어서 내부는 고체, 외부는 액체로 이루어져 있음을 주장했다. 19세기 중엽에는 지구수축설이 가장 힘 있는 가설이었다. 태초에 높은 온도를 가지고 있었던 지구가 점차 식으면서 울퉁불퉁한 지형이 발생했고, 이러한 지구를 마른 사과에 비유하곤 했다. 이런 가설을 잠재운 것이 바로 지진파이다. 지진파의 종류 중에서 속도가 빠르고 기체, 액체, 고체를 모두 통과하는 P파와 고체만 통과할 수 있는 S파의 속도 변화를 통해서 지구가 내핵, 외핵, 맨틀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 지질학자들은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이론이 부족하고 각자 자신의 연구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지구 전체를 다루는 이론에 대해서는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게다가 대륙이동설은 각 대륙을 이동시키는 힘을 찾을 수 없었다. 각 과학자는 각자 나무를 가꾸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기에 커다란 숲을 보기가 힘들었다. 또한 지질학은 지구 표면을 다루는 학문인데 지구 표면의 70퍼센트가 바다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당시에는 바닷속을 연구할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지질학의 성장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바로 해양탐사선이다. 해양탐사선을 통해 많은 지질학자들이 바닷속의 지형을 연구하고 알아내는 데 큰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마침내 해저지형도를 완성하게 된다.

이러한 지질학의 발전 때문에 나오게 된 이론이 바로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이 판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판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지진이나 화산과 같은 지질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대륙이동설도 설명할 수 있을뿐더러 거리가 떨어진 지역에서 같은 화성이 나오는 현상 등 여러 지질학적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었다. 각각의 판들이 그 경계에서 서로 수렴하고, 발산하거나 변환하는 경계를 만들고 그 경계에서 새로운 지형이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판구조론도 그 가설을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이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판이 구체적으로 어떤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지질학은 아직도 연구할 분야가 많이 남아있는 학문 중 하나이고, 재밌는 점 중 하나는 시간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형태를 분석해서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예상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질학은 다양한 생각과 이론을 허용한다는 점이 다른 과학과 다른 점이다. 아직 이론이 아닌 가설로만 남아있는 것도 많이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앞으로 어떤 가설들이 나올지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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