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 당사자, 발달장애인 특화 ‘서울시 공모사업’ 철회 요구 “운영 주체에서 당사자 밀려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념 회복돼야”

17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 3개 기관은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공모사업 ‘발달장애인 특화 분야’ 철회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7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등 3개 기관은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공모사업 ‘발달장애인 특화 분야’ 철회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서울시의 '발달장애인 특화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지원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당사자의 주체성과 동료성을 이념으로 담아야 할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정작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서울시가 모집 공고한 발달장애인 특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사업 서류심사 결과,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운영 주체인 곳이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를 두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성이 무시된 행태라고 질타하며 “발달장애인의 권리는 발달장애인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 

17일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피플퍼스트성북센터,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의 주체성과 동료성을 모두 부정한 것에 분노하며,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공모사업 발달장애인 특화 분야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주최측은 “발달장애인의 당사자성이 외면당했다. 특화 센터는 발달장애인에게 센터장의 자격을 주지 않을 것이며, 그 안의 발달장애인은 이용자로 머물 것이 명백하다.”고 우려하며 “서울시의 이번 공모는 이제 겨우 시작된 발달장애인 운동을 짓밟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류 심사 결과, 당사자 센터장 기관 ‘0’… “발달장애인의 권리는 발달장애인으로부터”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는 장애인의 당사자성과 동료성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자립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조직이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경우, 이러한 이념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권리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센터들은 서울시에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대한 별도의 지원과 평가지표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평가지표와 운영매뉴얼은 요원한 실정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13일, 서울시는 ‘2022년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지원사업 모집공고’를 통해 ‘발달장애인 특화 분야’ 센터를 공모했다. 

해당 공모에서 서울시는 ▲기본사업의 사업대상 및 사업수혜자 중 발달장애인 비율 50% 이상 ▲월평균 발달장애인 이용자 30명 이상 ▲장애인 채용 직원 중 발달장애인 비율 50% 이상 ▲전체 운영 프로그램 중 발달장애인 특화 프로그램 50% 이상의 기준을 내걸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을 운영 주체로 하는 명시는 없었다. 관련 서식에는 ‘센터의 소장은 장애인이어야 하며’라고 명시할 뿐이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발달장애인 당사자 조직들은 이를 두고 ‘발달장애인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14일 발표된 서류 심사를 통과한 4개 기관(지원 규모는 2개소, 서류심사 후 면접심사에서 최종 선정) 중 발달장애인이 센터장인 기관은 한 개소도 없었다.

당사자가 운영 주체가 되는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확대를 촉구하고 나선 기자회견 참가자.
당사자가 운영 주체가 되는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확대를 촉구하고 나선 기자회견 참가자.


“운영 주체 아닌 이용자로만 머무르는 처사… 장애인 당사자성 외면 말라”

이들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이념을 외면한 것에 질타의 목소리를 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핵심은 ‘당사자성’과 ‘자기주도와 결정’에 있는 만큼, 발달장애인 자립운동을 무시하는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재 서울시 56개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 센터장과 동료상담가가 발달장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은 3개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이번 특화 공모에서 직원의 50%를 발달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고 있지만, 지금의 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같이 발달장애인이 센터 운영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요구사항으로 △서울시는 발달장애인자립센터에 대한 무시를 인정하고, 이번 공모의 ‘발달장애인 지원 특화’ 조건을 철회하라 △발달장애인 당사자성을 인정하고, 발달장애인자립센터를 확대하라 △발달장애인자립센터에 맞는 평가지표와 운영매뉴얼을 제시하라 △발달장애인과 당사자운동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우리와 만나 대화하라고 주장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박현철 센터장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당사자가 직접 활동에서 나서며 사회로 나서는 곳.”이라며 “하지만 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주체가 아닌, 단순한 이용자로만 머무르게 된다면 지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근본적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설립 취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히려 서울시는 더 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는 센터를 만들고,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서울시는 특화 사업이라는 단어로 우리들의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 조속히 사업을 철회하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센터 관계자들은 서울시 복지정책실 장애인자립지원과와 면담을 진행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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