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의원 63명 중 54명 찬성으로 서울시의회 문턱 넘어 지역사회 정착 지원, 탈시설 지원사업 범위 등 규정

지난 21일 서울시의회에서 제308회 정례회 2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지난 21일 서울시의회에서 제308회 정례회 2차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마침내 서울시에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지원근거가 마련됐다.

지난 21일 서울시의회 제308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서윤기 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안(이하 탈시설 조례안)’이 수정 가결됐다.

특히, 이번 조례안은 지난 2018년 서울시가 탈시설 전면 추진을 선언한 ‘탈시설 권리 선언문’에 이어, 장애인 탈시설을 권리로써 명문화하는 만큼 그 의미를 더했다.

이번 조례안 통과로 서울시는 지난 2019년 부산시에서 제정된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조례’에 이어, 광역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두 번째 탈시설 관련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1조(목적) -
이 조례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하면서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날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탈시설 조례안은 재석의원 63명 중 찬성 54명, 반대 2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탈시설 조례안은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골자로, 당사자가 독립된 주체로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취지로 추진됐다.

이번 조례안은 장애인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내용을 규정했다.

세부 내용은 ▲장애인 지역사회 정착,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경우 지켜야할 기본원칙 ▲장애인 탈시설에 대한 시장의 책무와 기본계획, 시행계획 수립 명시 ▲탈시설 정책 자문 등을 자문하기 위한 탈시설 정책 민관협의체 구성·운영 ▲장애인 탈시설 지원사업의 범위, 예산 지원 등이다.

다만,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시설 거주 장애인과 가족, 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해, 장애인 탈시설 적용대상 범위를 장애유형별 거주시설과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로 한정했다.

또한 의사능력 미약 장애인에 대한 서울시장·구청장의 의사결정 지원 내용을 삭제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지난 2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탈시설 조례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펼치고 있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 2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탈시설 조례안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펼치고 있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편향적 의견 vs 기본적 권리 보장… 장애계 ‘엇갈린 반응’

앞서 장애계는 해당 조례안을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서울특별시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은 ‘장애인의 삶을 볼모로 하는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조례’라며 날선 비판을 펼쳤다.

이들은 “탈시설을 논함에 있어 실질적 당사자인 거주시설 거주 장애인과 그 가족을 배제하고, 편향적 의견으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삶을 결정짓는 일방적 조례 제정에 용납할 수 없다.”며 “서울시의회는 준비되지 않은 조례 제정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아동 장애인, 고령의 장애인, 도전적 행동의 장애인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편향적 용어사용 중지와, 실질적 당사자인 장애인거주시설 거주 장애인과 가족의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을 요구해 왔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도 조례안 반대 시위를 통해 시설폐쇄와 신규 입소 금지 등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해당 조례는 2018년부터 서울시의원,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부모, 시민단체, 거주시설, 유관기관, 학계, 현장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탈시설 민관협의체를 통해 지속적인 논의와 협의를 진행했으며, 해당 협의체에서 최종 협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발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탈시설 정책은 시설화 중심 정책의 한계를 넘어 지역사회 중심의 정책으로의 변화.”라며 “더 이상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당연한 권리를 막아서지 말라. 탈시설은 찬성과 반대라는 논쟁의 대상이 아닌 기본적 권리.”라고 촉구해 왔다.

탈시설 조례안이 재석의원 63명 중 5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서울시의회
탈시설 조례안이 재석의원 63명 중 5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서울시의회


서울시 “조례 기본 취지에 동의… 돌봄 악순환 사례에 대한 고민은 필요”

한편 서울시 김태균 대변인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조례안 통과에 대해 “장애인을 수동적인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율적인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시설 밖으로 나온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 역시 조례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모든 장애인이 시설 밖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달장애인과 같이 탈시설하는 순간 생활 여건이 더 열악해지고, 가족들마저 힘겨운 돌봄의 악순환에 빠지는 사례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로서는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과 시설 안에서 보호받기를 원하는 장애인, 크게 나눠 두 가지로 대별되는 요구를 모두 경청하고 수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서울시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인 장애인들의 자기 결정권과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하며, 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장애인 당사자의 인권을 고려한 조례안 취지를 존중해 재의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장애인신문·웰페어뉴스 박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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