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월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발표한 ‘2021 글로벌 동향 보고서’(Global Trends Report)에 따르면 박해와 분쟁, 폭력사태, 인권 침해 혹은 사회적 질서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일들로 발생한 난민의 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세계인구의 1%를 넘는 수치이며 전 세계 인구 80명 중 한 명은 난민인 셈이다. 유엔난민기구는 앞으로도 식량 부족과 기아, 기후 변화, 인플레이션 등으로 강제 이주민 수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국제 사회 구성원으로서 난민 수용에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을까?

한국은 난민 수용에 굉장히 소극적인 나라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최근 5년간 약 1%에 불과했다. G20소속 19개 국가 중 18번째로 최하위권이었다.

난민을 배척하려는 한국의 단일민족적인 태도는 난민법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나라 난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난민의 범위는 유엔 난민 협약에 비해 너무 좁다. 이는 국제협약의 기준보다 난민의 기준을 박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깨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난민 심사가 매우 불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난민 불인정 사유를 ‘난민 사유가 없다’거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등 굉장히 모호하게 설명해 불인정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파악하기 어렵다.

난민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또한 과하다. 지난 겨울, 한국 정부는 탈레반을 피해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특별기여자’라는 지위로 받아들였다. 이후 울산 등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정착한 지역의 시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아프간 아이들의 학교 입학을 반대한다는 민원이 잔뜩 올라왔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에 대한 혐오표현이 들끓었다. 낯선 문화를 향한 막연한 거부감과 난민에 대한 편견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이 현재의 낮은 난민인정률을 유지하며 난민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유지할 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국제적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현 난민 정책을 비판하며 한국에게 보다 적극적인 난민 수용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에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와 한국의 난민 정책’이라는 주제로 화상 청문회를 개최하였다. 스미스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새로운 한국 정부가 난민 정책에 있어 대전환을 보이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소극적 난민 정책을 비판하였다. 이는 곧 난민 정책의 방향성 전환이 국제 사회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일으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포용하는 것은 지구촌 전체의 공통된 책무이며,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영향력 있는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지금보다 적극적인 난민 정책을 펼쳐야 한다. 난민법상에 규정된 난민 인정 범위를 유엔 난민 협약에 근거해 넓혀야 하고, 난민 불인정 시에는 불인정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난민 심사 과정을 투명히 해야 한다. 또한 시민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다문화 교육을 활성화해야 하며, 인도주의적 난민 수용의 필요성에 대해 활발히 홍보해야 한다. 시민사회 또한 난민을 향한 혐오를 멈춰야 하며, 난민 수용에 대한 근거 없는 가짜뉴스에 편승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과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기에 우리 민족이 중국과 미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은 우리가 겪었던 것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빈껍데기뿐인 난민법을 내세우며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난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난민 수용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 노력과 시민사회의 인식 개선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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