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포비아는 외국인 혐오증을 일컫는다. 다른 국적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와 공포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최근 한국 내 제노포비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실시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성인 응답자의 31.8%에 달했다. 이는 월드 밸류 서베이(World Value Survey)가 실시한 같은 항복에 대한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미국이 13.7%, 오스트레일리아가 10.6%, 스웨덴이 3.5%인 것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

이렇게 제노포비아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제노포비아는 주로 저개발국가 및 빈곤국 출신의 이주민을 대상으로 편향되어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빈곤국 출신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었다. 둘째, 정부의 다문화 정책이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를 하나의 관리 및 통제의 대상으로 둠으로써 ‘다문화’라는 용어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였다.

중국 조선족 출신 이주민들의 강력 범죄가 미디어를 통해 집중 보도되면서 이들에 대한 공포감을 형성했다. 특히 영화 ‘황해’, ‘공모자들’, ‘신세계’를 비롯한 ‘범죄도시’, ‘청년경찰’에 이르기까지 조선족은 주로 미디어를 통해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묘사되곤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형성한 집단 거주지 또한 언론 매체와 인터넷 댓글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이미지를 부정적인 것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무대로 이용된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및 결혼이주여성과 관련한 정책을 ‘다문화’라는 포괄적 뜻을 가진 단어와 연결해 펼침으로써 ‘다문화 정책 = 빈곤국 출신을 위한 정책’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다문화 정책의 복지적 측면을 강조하며 법무부뿐만 아니라 여성부, 노동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국토부, 경찰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서가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관한 정책을 다루는 기관들이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이를 총괄할 수 있는 부서가 없었고, 부서별로 내놓은 정책들이 서로 겹침으로써 예산 낭비를 가져왔다. 가장 큰 문제는 2008년 경제 위기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다문화와 관련한 복지 정책이 과한 것으로 비추어졌고, 이것이 ‘다문화’에 대한 이미지와 내국인의 다문화 수용성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제노포비아와 다문화 수용성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문화 교육을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연구>에 따르면 젊은 세대일수록, 학력의 정도가 높을수록 다문화 수용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의 확대가 긍정적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통계이다. 또한 다문화 정책에 있어 이주민을 동화의 대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이를 인정하되 차별은 하지 않는 형태의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한다. UN의 다문화 국가 판별 기준인 2.5%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제 한국은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이에 따른 시민 사회의 인식 제고와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 개선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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