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회에 다녀오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이자 팝 아티스트이다. 일본의 고급문화보다 대중문화가 더 우수한 일본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나아가 세계 속에서 일본 문화가 융합되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잃어버린 일본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유형의 대중문화 선구자가 되고자 하였다. 무라카미는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자기 작품뿐 아니라 여러 예술을 대중예술로 스며들도록 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2023년 1월 26일부터 3월 12일까지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회인 '무라카미좀비'가 전시중이다. 이 전시회는 크게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의 세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1990년대 이후 일본 대중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귀여움(카와이)이다. 무라카미가 오타쿠 문화를 차용하여 만들어내는 캐릭터들이 가지는 '귀여움'의 이면에는 전후 일본 사회를 미성숙한 아이로 이미지화하는 내외부적 요인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담겨있다. '귀여움' 섹션에는 그의 시그니쳐 캐릭터 'Mr.DOB'와 1995년부터 시작된 '꽃' 시리즈가 출품되며, '귀여움'과 '기괴함'이 공존하는 '탄탄보' 시리즈가 포함되어있다.

'기괴함'은 괴기성과 아울러 우스꽝스러움을 포함한다. 기존의 것에 대한 변형, 그로 인한 공포와 두려움뿐만 아니라 괴기한 것, 부조리한 것, 아이러니, 왜곡, 패러디, 풍자, 비하를 통한 우스꽝스러운 형상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괴함' 섹션에는 '히로폰', '클론 X x 무라카미 다카시' 등이 포함되어있다.

'모노노아와레'는 '사물의 슬픔'이라는 뜻으로, 의역하면 '비애의 정'을 의미한다. 생명의 덧없음과 비애를 강조하는 심미적 철학인 '모노노아와레'라는 중세적 개념은 세계와 그 가능성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방식이며 오늘날까지도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라카미는 원폭으로 패전을 맞은 전후 일본의 문화가 '거세' 되어버려 귀엽고 유치하며 순수하고 미성숙한 존재로서 오락(=오타쿠 문화)을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내러티브 구조를 제시했다. 과도할 정도로 과장된 형상들은 재난에 대해 무력한 인간의 비애를 연상시킨다. 이 섹션이세너느 이번 전시의 키워드와 일치하는 작품인 '무라카미 좀비와 폼 좀비'도 함께 선보인다.

'귀여움'에서 거세된 일본 문화의 전형을 드러냈다면 '기괴함'에서는 재앙의 현실을, 그리고 '덧없음'에서는 불분명한, 혹은 비극적인 미래를 암시한다.

이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다양한 예술 작품들과 조형물들에서 오는 감동이 느껴졌었다. 특히 3개의 섹션을 돌아다니면서 각각 섹션의 제목인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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