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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세상’ 향한 부푼 꿈을 굽다청각장애 제자와 교사가 만들어 나가는 빵집, ‘브리오슈’
이지영 기자  |  openwelco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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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16  10: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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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한 아파트 상가에는 아침마다 달콤하고 고소한 빵 굽는 냄새와 향긋한 커피향이 감돈다.

최근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동네빵집’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용숙 대표(여·39, 前 특수학교 교사)와 제빵사 최현우(남·20, 청각장애 2급) 씨가 꾸려나가고 있는 ‘브리오슈(Brioche)’에는 ‘맛있고 건강한 빵’이라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브리오슈의 단골손님은 1주일에 20~30인, 브리오슈가 빵을 나누는 대상도 1주일에 20~30인이다. 팔고 남은 빵이나 모양이 예쁘지 않은 빵, 새롭게 연구해서 만들어진 빵은 독거노인 또는 장애인가정에 나누고 있다. 이익을 떠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먹으면 먹을수록 ‘더 맛있고 새로운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브리오슈의 생각이다.

‘프랑스의 부드러운 아침식사용 빵’이라는 뜻을 가진 제과점 브리오슈가 문을 연 것은 6개월 전. 브리오슈의 하루는 매일 아침 8시에 시작한다. 가게 한편에서 생활하고 있는 현우 씨는 전날 이 대표가 적어둔 공책을 보며 빵을 만들 준비를 시작한다.

 
   
 
 
 
빵을 만드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는 현우 씨는 밀가루 반죽부터 발효, 빵을 굽는 과정까지 모두 냄새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달인’이다.

“학창시절 현우가 이렇게 빵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현우가 빵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손기술이 타고났어요. 빵을 반죽하고 발효시키는 과정은 ‘과학적’인 작업이라 다른 장애학생들은 반죽 온도를 잘 못 맞추는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현우는 잘 맞춰요. 물 온도나 반죽을 살피는 눈빛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더라고요.”

현우 씨와 이 대표의 인연은 특수학교에서 교사와 제자로 만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지난해까지 특수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이 대표는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직업교육’에 관심을 보였는데, 마침 이 대표가 13년 정도 배웠던 제과제빵 분야가 청각장애학교에서 직업교육으로 활성화됐다. 그는 빵 만드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는 것이 즐거웠단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직업교육으로 제과제빵을 배운 장애학생 대다수가 단순작업을 하는 공장에 취업하는가하면 제과제빵 기술이 뛰어난 청각장애학생들조차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취업을 포기하는 상황이 대다수였다. 이에 이 대표는 단순히 직업교육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중·경증, 장애유형에 관계없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학교에서 일할 때 제자들과 함께 빵을 만들면서부터 ‘장애인과 함께하는 일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상 가게를 계약하고 나니 이 일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를 그만뒀죠. 더 건강한 빵을 만들고 알리고 싶어 온라인 가게를 차렸고, 조금씩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온라인 가게를 관리하는 사람도 뽑았어요. 온라인 가게는 지체장애인 직원이 재택근무로 관리하고 계세요.”

이 대표는 “청각장애학생들 중, 제과제빵 기술이 뛰어난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제과점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춘천 지역에는 거의 없었다.”며 “현우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취업했었지만, 너무 많은 노동시간과 함께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우 씨는 “원래 다른 제과점에서 제빵사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제과점 사장이 비청각장애인이다보니까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해가 자주 생겨 혼나는 일이 많았다.”며 “그 곳을 그만두고 브리오슈에 놀러왔다가 건강빵을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침 일자리를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해서 지원했고, 면접을 거쳐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브리오슈에서 현우 씨의 역할은 오전 8시~오후 5시까지 빵을 만들고 포장하는 일이다. 현우 씨에게는 오븐의 시간조절기 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빵의 냄새와 색깔을 보고 오븐에서 꺼내야 할 시간을 정확하게 맞춘다.

현우 씨는 “원래부터 빵을 좋아했다. 먹을 때는 소시지 빵이 좋고, 만들 때는 향이 좋은 커피빵을 만드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비법에 대해서는 “모든 빵을 다 잘 만들지만, 그 중에서도 식빵 모양을 예쁘게 만들 수 있다. 발효하면서 더 예쁜 식빵을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물론, 아무리 빵을 만드는 데 소질을 타고난 현우 씨라도 처음에는 혼자서 밀가루를 반죽하고 빵을 구워내는 데 능숙하지 않아 이 대표가 늘 곁에서 함께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현우에게 대부분을 맡기고 있다. 나는 현우가 일을 마치면 남은 빵을 팔면서 뒷정리를 하고, 다음 날 만들 빵의 목록을 정리한다.”며 “빵 목록을 정리해두면 현우가 시간을 조절하며 빵을 만든다. 빵을 발효하는 시간동안 케이크나 과자를 만드는 등 일을 빨리 하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현우가 할 때도 있다.”고 든든해했다.

“어느 날은 1시간 정도 늦게 출근하니, 이미 현우가 빵을 발효실에 넣어 놨었어요. ‘왜 넣어놨냐’고 물으니 ‘겨울이라서 온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발효실에 넣어두면 빵 온도가 올라가니까 빨리 작업할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날씨가 추워진 것을 생각도 못했는데……. 현우는 빵을 만드는 데 ‘달인’이 다 된 것 같아요.”

 
   
 
 
 
현우 씨는 지난 2011년 강원도기능장애인경기대회에서 제과제빵 직종에서 당당히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은 그는 학창시절 추억과 제과제빵의 인연이 닿은 춘천을 떠나고 싶지 않아, 현재 브리오슈 안에 마련된 공간에서 생활하기를 선택했다. 그는 브리오슈에서 천연발효빵이나 첨가물을 넣지 않은 바게트빵을 연구하는 등 건강빵을 만들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쏟고 있다.

일을 마친 뒤에는 친구들과 함께 피씨방이나 극장을 찾아 여가시간을 보내는 현우 씨의 모습은 또래와 다를 것 없지만, 그에게는 ‘학교친구들과 운영하는 빵집을 차리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미래에는 제가 운영하는 빵가게의 사장님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고, 자격증도 땄어요. 그리고 지금 제빵사를 하지 않는 친구들이 제과제빵 기술을 열심히 배워서 함께 제과제빵 회사를 차리고 싶어요. 전에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약속한 적이 있거든요. 친구들과 똑같이 함께 동업하고 싶어요.”

이 대표는 그런 제자의 꿈을 위해 ‘빵 만드는 기술’뿐만 아니라 ‘경영’에 대해서도 가르치고 있으며, 이 대표 또한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그는 브리오슈가 크는 만큼 장애인 직원을 꾸준히 늘려 ‘장애인과 함께하는 식당’을 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나와 현우는 각자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걷고 있는 중이다. 나의 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큰 식당을 여는 것이다. ‘요리’ 자체가 장애인과 잘 맞는 직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빵을 비롯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 지적장애인도 음식을 나르거나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상당히 재미있어 한다. 지적장애인과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음식을 나르고, 청각장애인이 음식을 만드는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건강한 식사빵 ‘브리오슈’
홈페이지 : brioche.co.kr
전화번호 : 033-264-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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