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장애인도서관 김영일 관장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지난 2007년 5월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로 출발, 지난해 8월 18일 도서관법이 개정됨에 따라 국립장애인도서관으로 확대됐습니다. 한국의 대표 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돼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입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속기관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의 1·2층 일부 공간을 활용해 사무실과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의 주요 역할은 크게 정책, 서비스, 자료 확충으로 나뉩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및 서비스를 위한 국가 시책을 총괄하고, 장애인의 지식정보 이용을 위한 다양한 도서관서비스를 수집하며, 서비스 촉진 및 도서관 자료를 제작·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이 원하는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는 도서관 및 서점이 없기 때문에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는 학업, 직업, 자기개발에 필요한 도서를 신청 받아 대체자료를 제작·보급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1~5급) 또는 청각장애인(1~3급)이 자료를 요청하면, 해당 자료를 데이지·전자 점자 파일·점자 악보·수화 영상·자막 삽입 도서로 제작합니다.

‘데이지’란 말이 조금 낯설 수 있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승인된 시각장애인용 전자책 틀입니다. 자료를 점자, 음성, 확대 글자 등으로 바꿔주는 책으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듭니다. 따라서 사전 또는 그림 위주의 도서, 600쪽 이상의 도서는 데이지 만들기에서 빼고 있습니다. 점자 악보는 세 권 또는 세 곡, 수화 영상과 자막 삽입 도서는 1회에 다섯 권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자료를 원하는 사람은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nlid.nl.go.kr), 상담전화(1644-6044)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최근 ‘거부당한 몸’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해당 책이 나올 때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도 데이지 형태로 책을 내놓았습니다. 보통 새로운 책이 나올 경우, 이를 점자 및 음성 도서로 바꾸기까지 몇 개월~몇 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번에 ‘거부당한 몸’을 출판한 회사에서는 출판하기 전 디지털 파일을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기증했고, 이에 따라 일반 책이 나올 때 데이지 형태의 책도 함께 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출판사가 파일을 제공한다면, 시·청각장애인에게 필요한 대체자료로 신속하게 만들고 보급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대체자료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책 읽어주는 통신요금바우처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점자가 아닌 음성으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점자를 모르거나 활자를 읽기 불편한 저시력인이 대상입니다. 일간지~단행본을 전화를 통해 들을 수 있도록 매월 30시간의 전화 요금을 바우처 형태로 지원합니다. 책 읽어주는 통신요금바우처제도는 국립장애인도서관·KT·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함께 추진하는 사업으로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예산을, KT는 관련 기술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는 자료를 제공합니다.

저는 일곱 살 때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습니다. 책을 많이 좋아했고 더 읽고 싶었는데, 당시 점자나 음성으로 만들어진 책이 없어 교과서를 제외한 다른 책은 거의 읽지 못했습니다. 또 책을 읽을 때는 선생님 또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이른바 ‘대면 낭독’이 이뤄지는 것인데, 집중력이 떨어지기 쉬워 직접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들이 전공서적 및 전문서적을 녹음해주기 위한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오늘 녹음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전공서적을 녹음해줬고, 외국어 등 직접 읽어야 하는 자료는 당시 연합세계선교회 점역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읽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비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책에 비하면 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책은 한참 부족한 실정입니다.

도서관의 핵심 요소는 자료, 시설, 서비스, 사서입니다. 장애유형별 대체자료를 확정·확보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며, 장애유형별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도서관의 질을 결정하는 사서입니다. 사서는 장애인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를 시혜가 아닌 권리라는 인식을 갖고, 개별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춰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우한국의 도서관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될 것입니다.

2013년 국립장애인도서관 관장으로서의 목표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신청 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대체자료를 통합적으로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장애유형별 구체적인 서비스를 개발해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의 삶은 삶에 대한 의지와 사회적 환경에 의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인생을 포기하거나 희망을 높아서는 안 되며, 필요하다면 사회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모두가 사회적 환경을 바꾸는 데 좀 더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각자의 능력을 개발한다면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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