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선배님을 인터뷰하다

 5월 29일, 부산국제고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피아노의 세계로 빠지게 한  PIANISTA가 열렸다.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끼를 발휘해서 만든 연주회였다. 1,2학년 연주자를 대상으로 연 공연이었는데 놀랍게도 피아니스타의 마지막은 예정에 없던 3학년 선배님께서 뜨겁게 장식해 주셨다.  직접 편곡하여 연주하신 색다른 Run Devil Run과 Chocolate Love는 모두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 함성에 힘입어, 특별 출연자로써 무대를 빛냈던 정승호 선배님과 인터뷰를 가졌다.
 

Q.1(너무 보편적인 질문이지만) 피아노를 얼마나 쳐 오셨나요? 그리고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대부분의 아이들과 똑같았어. 6살 때 엄마 손 잡고 피아노학원에 가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정말 가기 싫어했었고 결국 초등 고학년 때 그만뒀지. 그런데 중 1 교내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전환점이 찾아왔어. 그 때 Liszt의 'La Campanella' 라는 곡을 듣게 되었는데 ‘아..내가 저런 곡을 치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하고 느꼈어. 그 순간부터 피아노에 미치기 시작했지. 악보를 수없이 뽑아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연습하기 시작했어.

Q.2 Pianista에서 연주하신 Run Devil Run과 Chocolate Love는 편곡하신 곡이신 것 같은데 편곡의 기본적인 tip과 편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내가 편곡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야. 편곡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대개 클래식은 잘 인정해주지도 않고 관심도도 적잖아. 그래서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곡에 클래식의 기교를 담아 연주해보고 싶었어. 그렇게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방법이 가요를 편곡하는 것이었지.
  내 가요 편곡의 Tip은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첫 번째는 곡 선정이야. 내가 곡을 선정하는 데에 기준이 네 가지 있어. 랩이 적은 곡, 멜로디가 단조롭지 않은 곡, 보컬이 돋보이는 곡, 기계음이 많지 않은 곡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요를 이것저것 많이 들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해.
  두 번째는 곡 편곡이야. 편곡한 곡이 멋지기보다는 친숙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곡 자체의 멜로디, 형식, 코드는 그대로 유지하려고 해. 대신 클래식적인 기교를 많이 넣지. 오른손이 치던 멜로디를 왼손이 치는 대위법, 멋있는 기술 카덴자, 그리고 트레몰로, 반음계 등의 기술은 곡을 아름답게 만들어 줘. 내가 생각하는 가요 편곡이란 가요라는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다진 후 클래식이라는 소스를 뿌려 마무리하는 것과 같아. 편곡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 편곡이 반주처럼 들리지 않게 하는 거야. 가요지만 나만의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소망이랄까.

Q.3

피아노를 잘 치는 것, 그리고 편곡하는 능력은 타고난 끼가 더 중요한가요? 노력이 더 중요한가요? 선배님의 경우에는 어떠세요?

  A) 흔히 예술은 영감과 재능이 더 중요하고 공부는 성실성이 더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나도 예전에는 타고나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건 절대 아니야. 예술을 하는 사람이 노력을 했으면 더 했지 공부하는 사람보다 노력을 덜 하진 않는다고 장담해. 하루에 16시간 이상씩 연습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60년씩 피아노를 연주해 오신 전설의 거장들도 매일 꾸준히 연습하셔. 예술은 노력보다는 재능이 타고나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 같은 경우도 재능의 결과보다는 노력의 산물이 아닌가 싶어.
 

Q.4

특별히 좋아하는 곡 또는 편곡하신 곡이 있으세요?

  A) 영국 락밴드 뮤즈의 Madness를 정말 좋아해. 흔히 클래식과 락을 정 반대의 장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극단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매우 비슷해. 편곡한 또 다른 곡은 비스트의 Fiction, 오렌지캬라멜의 아잉(트로트적인 노래가 편곡이 쉬워), 그리고 구창모의 히나리 등이 있어.

Q.5

그동안 피아노를 연주해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또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추억이 있나요?

  A) 피아노에 미쳤었던 중학교 때부터 피아노 전공을 너무 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땐 내가 너무 어렸고 깡도 없어서였을까? 예술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시는 보수적이고 전형적이신 부모님과 대적할 힘이 없었던 것 같아. 그렇게 내 꿈은 조용히 묻혀갔지.
  부모님의 기대로 국제고에 들어왔지만 피아노에 대한 미련도 컸고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어. 한동안은 시간 날 때마다 국악실에 가서 피아노를 엄청 쳤어. 피아노를 안 치니까 손이 미치는 줄 알았던 거야.
그러다가 결국엔 내가 피아노를 너무 좋아한다는 것, 피아노를 전공하는 게 내 열정이자 내가 꼭 해야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깨달아버렸어. 하지만 그 때는 고2. 그것도 2학기였어.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거야. 이제는 되돌릴 엄두가 나지 않게 너무 멀리 와 버려서 그 시기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어. 특히 피아노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배우는 악기잖아? 전공자들의 시간, 노력, 내공은 엄청나거든. 전공이라는 버스를 놓친 나는 남들이 다 열심히 공부했던 고 2의 겨울방학동안 너무 우울했던 것 같아.

Q.6

자신에게 피아노란? 한 마디로 표현해주세요!

  A) 나에게 피아노란 결혼에 실패한 여자친구야.
피아노는 나와 결혼 약속을 했는데 우리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진 김태희 같은 존재야.

Q.7

앞으로의 피아노 인생은?

  A) 지금은 먼저 대학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 그리고 다시 이 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어. 꼭 피아니스트가 되는 방법이 아니라도 예술/공연 기획 등을 통해 피아노와 함께하는 삶을 살 수도 있거든. 앞으로도 피아노와의 인연은 계속되리라고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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