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 전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지금쯤 대부분 유치원에 보내고 계실 텐데요. 하지만 우리 주변엔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중증장애’가 있는 아동들인데요. 복지TV뉴스 기획취재, 이번 시간엔 정유림 기자가 이들의 현실과 대안을 짚어 봤습니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일곱 살 규리.

규리의 지적발달 능력은 생후 100일 남짓 수준입니다.

혼자서는 몸을 가누는 것조차 어려워 온종일 엄마, 아빠와 붙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한창 어울려야 할 시기.
하지만 중증장애가 있는 규리에게 유치원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INT 박태성/ 장애유아 아버지
“33:51~34:08 교육에 대한 부분을 못 받게 된다고 생각을 하니 기본적으로 우리 아이가 그래도 좀 천천히 크는 아이지만 어떤 영향이 미칠까 이런 걱정도 좀 많이 됐었죠. 사실적으로 말씀드리면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속으로는.”

규리가 번번히 유치원 입학을 거절당한 이유는 혼자서는 신변처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INT 이정숙/ 장애유아 어머니
“20:54~21:08 걸을 수 있는지 또 배변훈련은 된 건지, 말을 할 줄 아는지 이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다 되지 못한다’고 했더니 다 퇴짜를 놓으니까 갈 데가 없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 수는 작년 기준으로 61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 가운데 특수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 수는 매년 3천여 명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장애 유아들은 유치원 선택의 자유를 전혀 누리고 있지 못한 게 현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4조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가 학교에 입학하고자 할 때 장애를 이유로 입학 지원을 거부하는 등의 차별을 해서는 안 되고, 제3조에서도 특수교육대상자에 대해 유치원 과정의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임의로 유치원에 입학 문의전화를 해본 결과, 대다수의 유치원, 특히 사립유치원에서는
중증장애 유아의 입학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INT A유치원 원장
“02:16~02:23 보통 학교 병설(유치원)에서는 특수교사 계시잖아요. 혹시 병설 쪽은 생각 안해 보셨어요?// 02:51~03:00 병설이나 국공립 같은 데는 그런 시설, 화장실이라든가 그런 게 다 돼 있거든요. 근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게 전혀 없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지난해 장애아동 의무교육 대상자 범위가 만 5세에서 3세 이상으로까지 확대됐지만, 장애 영유아, 특히 중증장애아의 경우 이 혜택을 받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INT 박태성/ 장애유아 아버지
“(두번째 영상) 02:06~02:20 기본적으로 중증(장애 가정)에서는 전혀 그것(누리과정)에 있어 체감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보니까, 과연 이것을 의무교육이라 하면서 그럼 우리가 유치원에 맡겨서 당당하게 맡길 수 있는 구조인가...”

하지만 어렵사리 유치원에 발을 들여놓아도 특수교사와 특수학급의 수가 부족해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는 학생 4명 당 1명의 비율로 특수교사를 배치하도록 돼 있지만,
법정정원 16,831명 가운데 실제 배치된 특수교사는 9,416명 뿐.

교육부가 정한 법정정원 확보율에 크게 못 미칩니다.

INT 박태성/ 장애유아 아버지
"(두번째 영상) 05:27~05:38 교사가 확보가 된다 그러면 아마 유치원에서도 좀더 긍정적으로 (장애 유아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자세는 될 텐데 기본적으로 그런 구조가 안돼 있으니까"

작년도 유치원의 특수학급과 전일제 통합학급에 다니는 학생 수는 정부가 추산한 학령기 미취학 장애아동의 약 34%에 불과했고, 편의시설과 보조기기 등 학습용 기자재의 수 또한,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INT 김기룡 사무처장/ 장애인교육권연대
“(정유729기획) 34:52~34:57 그냥 일반 유아와 똑같은 수준으로 지원하면서 ‘중증장애유아도 가르치고 교육해라’라고 하니까// 35:11~35:16 좀더 많은 예산과 좀더 많은 교사, 보조인력 등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정부가 올해 특수학교의 인건비와 장애학생의 교육지원을 위해 마련한 예산은 지난해보다 35억 원 가량 늘어난 461억 원 선.

하지만 이는 유치원과 초중등교육 예산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아직도 장애 유아에게 질 높은 교육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문가들은 생애 주기를 놓고 볼 때 유아기는 발달이 최적화 되는 때이므로, 이 시기의 교육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INT 이명희 교수/ 중부대 유아특수교육과
“(정유림기획인터뷰) 10:46~10:56 생애에서 가장 그 시기에 발달해야만 되는 자기 시기에 최적의 발달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수교육 지원이 이 시기에 정말 중요하죠.//11:01~11:06 그 시기의 발달 과업을 나중에 이룰려고 하면 훨씬 더 힘이 들죠.// (유아기 때의 교육은) 11:17~11:22 나중에 초·중등 시기의 교육투자에 비해서 훨씬 더 발달적 교육 효과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STANDING>>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 비단 비장애 유아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겁니다. 모두에게 평등한 배움의 기회, 중증 장애가 있는 유아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촬영:유동국 정제원 남승인>

<편집:정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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