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학교에서 소풍으로 신작영화 ‘그래비티’를 보러갔다. 제목과 포스터만 보고서는 중력이 없어져서 지구가 멸망하는 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영화는 지구 밖 우주공간의 ISS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두 주인공 스톤박사와 매트가 이상이 있는 부품을 정비하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우주, 그러나 얼마 있지 않아 지구로부터 파괴된 러시아 위성 파편이 같은 궤도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설상가상으로 지구와의 연락도 끊기고 둘은 파편들과 마주하게 되고 스톤박사는 그 충격으로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 나간다. 매트는 우주유영기술을 이용하여 그녀를 구하고 다른 정거장으로 옮겨가지만 그 과정에서 무중력 상태인 우주 밖으로 날아 가버리게 된다. 스톤박사는 매트를 잃은 슬픔에도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함께 소유즈를 타고 중국 우주 정거장으로 갔다가 그 곳에서 지구로 극적으로 지구에 착륙을 성공한다.

 ‘그래비티’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두 남녀가 우주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며 겪는 상황들에 관한 지극히 단순한 내용이다. 하지만 지구에서 어린 딸을 잃고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던 스톤박사가 우주에서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역경을 헤쳐 나가는 모습과 우주공간에서 태아의 모습을 하고 잠든 스톤박사의 모습을 보면 이 영화는 삶과 죽음, 탄생과 소멸 등에 관한 좀 더 관념적인 얘기를 하려했던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스톤박사는 지구에 착륙을 성공하고 바다에서 육지로 나와 흙을 딛고 일어난다. 스톤박사가 일어서는 행위는 단순한 행위라기보다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던 사람이 우주라는 초자연적인 공간에서 생과 사를 경험하고 돌아와 다시금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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