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 농촌체험활동보고서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국제고 1학년들은 다 같이 학교 밖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수련회, 소풍 같은 건 하나도 없었던 터라 더욱더 기대되는 1박 2일 농촌체험봉사활동이었다. 시골로 떠나서 농촌의 삶을 직접 체험하고,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고 삶의 가치를 찾자는 것이 이번 봉사활동의 목표였다. 예전에 할머니 댁에서 감자나 고구마 캐는 것 등을 도와드린 적이 있어서 농사일은 정말 막노동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많은 노인 분들이 온몸이 다 쑤신다고 말하는 게 어떤 것인지 정말 농사일을 하루만 해 보아도 알 수 있는데, 그 일을 직업으로 평생 삼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얼마나 힘드시고 아프셨을까. 생각만 해도 안타깝기만 하다. 농사일을 도와주는 많은 편리한 기계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 손을 하나하나 거쳐야 하는 일이 거의 대부분인 것 같다. 얼마나 힘든지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감 따는 것을 도와드리게 될 것이 마냥 설레기만 했다. 우리가 도와드림으로 인해서 그 분들께 조금이나마 따뜻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라도 보람을 느낄 수있지 않을까 싶었다. 농활의 기대를 깊이 안고 의령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매우 편한 옷을 입고 반끼리 정해진 감농장으로 직행했다. 바람을 가로지르면서 오랜만에 타는 트럭도 설렜고 친구들과 다 함께 한다는 게 가장 좋았다. 그렇게 도착하게 된 감농장은 상상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했다. 산을 따라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보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이어진 감나무들을 보며 우리가 여기 꼭 필요하겠구나 하는 책임감이 충전되었다. 감나무가 어찌나 많은지 스무 명이서 하루 종일 딴다고 해도 다 따는 것은 무리인 게 당연했다. 그래서 더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감따는 것을 시작했다. 목장갑을 끼고, 감꼭지를 손으로 돌려서 따거나 도구를 이용해서 꼭지를 자르면 된다. 감을 따다가 틈틈이 발견한 홍시를 바로 먹어버릴 수 있었던 것을 행복으로 삼으며 감 따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 노력했다. 힘든 와중에 찾은 홍시 하나는 엄청나게 소중한  존재였고 일의 낙이었다. 커다란 홍시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감을 따는 일은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한 일이지만 그만큼 고되기도 한 일이다. 농사일은 막노동과 같다고 하지 않았는가. 같은 일이 수없이 많이 반복되며 바르지 않은 자세로 계속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몹시 힘들었다. 높은 감을 따기 위해 애쓴다고 목이 아팠고, 감을 담고 옮긴다고 허리가 아팠고, 무거운 감을 들고 나른다고 팔이 아팠다. 처음에 열정적으로 힘을 쓰다 보니까 금세 지쳐서 뻗어버리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고된 일을 하실 수 있는지 정말 존경스러웠다.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노동요를 왜 불렀는지를 몸소 느끼며 신나는 노래를 불러가며 다 함께 돕고 분담하여 열심히 일했다. 어떤 음식을 먹든지 간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가 먹는 농작물 하나 하나가 그 분들의 땀과 노력에 의해서 밥상 위에 올라온 것이고, 1년 내내의 수고스러움을 거치고 우리가 비로소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므로 경이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감사했고 또 감사드린다. 그렇게 몇시간만의 봉사를 마치고 나서 몸은 비록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따뜻하고 보람찼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두 시간 동안의 이동이 끝나고, 6시에 경남 청소년 수련원에 도착하여 장기자랑이 펼쳐지는 8시까지 그 2시간은 정말 미친 듯이 바빴던 시간이었다. 온몸이 뻐근하고 지쳤던 국제고 16기였지만 장기자랑을 할 생각을 하니 쉴 틈이 있겠는가. 감 따던 열정이 다시 끓어올라, 그 느낌은 장기자랑에 대한 기대와 환상에 가득찼다. 감 따느라 더러워져서 몸을 씻고, 옷 입고, 꾸미고, 그 와중에 무대 연습까지 한다고 바쁘기도 바쁘고 떨리기도 얼마나 떨렸는지 모르겠다. 8시부터 시작된 장기자랑은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세기의 광란의 도가니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뜨거운 국제고의 축제였던 것 같다. 오프닝 무대를 펼친 라데의 공연, 개인무대였던 노래도 멋있었고 톡톡 튀는 반별 무대를 보여준 모든 친구들 다 멋졌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른 의외의 모습들을 보여준 친구들도 참 많았다. 무대에 설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은 아이들이 일상을 벗어나서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끼를 보여 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대단했다. 우리 반도 전체 무대를 아름다운 밤, 흔들어주세요 두 곡을 반반 나눠서 공연했고, 나는 따로 무대 하나를 세 명이서 준비했다. 솔직히 거의 일주일 정도뿐인 시간 안에 함께 협동해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모두가 하나됨으로써 진정한 무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반별 장기자랑은 아마 우리 반 친구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의미가 참 컸다. 솔직히 반별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우리 반은 반 전체가 다 함께 참여하여 무대를 즐기자는 것에 의의를 두며 준비했다. 예전까지만 해도 약간 단합되지 않고 서로 조금씩의 거리감이 있기도 했었는데 같이 준비하고 웃고 떠들면서 8반이 하나로 뭉쳐진 기분이 들었다. 거의 1년동안 우리 반은 한 번도 다 같이 뭉쳐서 얘기하고 떠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장기자랑을 준비하며 기숙사 한 방에 함께 모여 보기도 하고 같이 있었던 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왜 소풍, 수련회, 수학여행 같은 체험활동이 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농활이 5월에 미리 한 번 있었다면 1년이 더 즐거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우리 반 무대도 예상 외로 엄청난 함성 소리와 함께 무사히 장기자랑을 마무리 지었다. 무대에서의 6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떨릴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엄청나게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조차 느낄 수 없었고 심장 소리만 들려왔다. 그러다 몇 분이 지나고 진정으로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된 후 그제서야 엄청난 함성 소리와 친구들의 표정, 그리고 무대에 대한 행복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가수들이 왜 무대에 서면서 행복해하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대에 서는 것을 무서워했던 나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그런 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서 뿌듯했고 지금까지의 노력에 결실을 맺은 것 같아서 기뻤다.

  그리고 이번에 한 번 더 놀랐던 것은 국제고 16기가 정말 잘 논다는 사실이다. 마지막 무대에서 클럽댄스를 준비한 3반의 공연은 모든 아이들을 앞으로 나가서 춤추게 만들었다. 모두가 환호하고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서 음악 자체를 즐겼고 공연에 환호를 보냈다. 이런 장기자랑이 또 어디에 존재할 것인가? 전교생 모두가 참여하는 것은 물론, 같이 열광하고 환호했으며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된, 국제고 학생들과 글로벌포럼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진심으로 무대가 즐거워서 관객석에서 몸을 흔들며 응원한 것은 태어나서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우리는 위대하고 대단했다. 모두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을만큼, 그리고 상의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우리 반은 비록 상을 받지 못했지만 서로에게 웃으면서 박수쳐 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던 장기자랑을 마치고나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숙소에 둘러앉아 단체주문한 과자와 라면을 흡입하고 그동안 못했던 얘기들을 불태웠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전 날은 어두워서 자세히 보지 못했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난 왜 그렇게 바다의 넓은 모습이 좋은지 모르겠다. 지리시간에 배웠던 해안 지형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고, 너무너무 맑았던 물에 감동했다. 그렇게 또 친구들이랑 화보집 한 권 낼 기세로 갖가지 포즈를 지어가며 사진을 찍어댔다. 역시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사진뿐이다. 물론 순간을 기억 속에 깊이 저장해 놓는 것도 낭만적이지만, 나에게 사진은 진정으로 추억을 되새기고 기억을 살릴 수 있는 추억저장고이다. 가끔은 그렇게 편안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선생님들께서 공부에 찌든 우리들을 위해서 자연에서 휴식을 맘껏 찾으라는 의의로 몇 시간 동안 자유롭게 풀어두신 것은 아니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면 감사하게 느껴진다.

  다음은 수목원에 도착했다. 수목원이라는 곳에 잘 가 본 적이 없어서 생소했고 나무만 가득할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계절도 가을이다 보니까 단풍이 흩날리는 곳도 많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진 곳이 정말 많았다. 자연에 반한다면 그런 장면을 보고 반한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엽서 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모습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좋았다. 평소 인물사진 뿐만 아니라 풍경사진 찍는 것도 즐겨하던 나였기에 그 곳은 나에게 너무 행복한 장소였다. 이번 농활은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고 사랑하는 것을 완벽히 충족시켜준 시간들이었다.

  체험활동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틀간의 시간들 돌아보았다. 내가 가 보지 않았던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이 너무너무 좋았고 봉사까지 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난 꼭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번에 너무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모두 담고 싶어했던 내 모습을 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사진을 훨씬 더 많이 좋아하나 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해서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여행이었으며,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다.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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