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묵묵하게

을숙도로 떠난 부산국제고 2-5

 

아침 9시 30분에 우리는 정확히 약속했던 ‘을숙도 나무다리 밑’에서 만났다. 자전거를 탈 예정이라 다들 간편하게 입고 왔는데도 빛이 났다. 우리는 그럴 만한 나이니까! 학교에서, 아니 교복에서 벗어난 우리들은 다같이 을숙도 에코센터로 떠들고 웃으면서 갔다. 어제 추울 것이라 생각해서 선생님께서는 내복을 입고오라고 까지 말씀하셨는데 우리들의 웃음 소리 만큼이나 날씨가 밝고 유쾌했다.

 

을숙도 에코센터에 도착하여 해설사 선생님을 만났다. 김병성 선생님과 같이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를 손주와 같이 대해주시면서 설명을 시작하셨다. 갈대와 억새의 차이점부터 오리의 종류까지……! 그리고 바로 집 옆에 있으면서도 잘 몰랐던 (가깝고도 먼 사이!) 낙동강에 대해서 해설사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자세히 배웠다. 대동여지도에 나와있는 낙동강사진, 낙동강에 얽힌 설화들, 낙동강에 관련된 정보를 가지고 만든 터치 게임 등 낙동강에 대한 정보를 딱딱한 단순한 글 나열 형식이 아니라 감각적인 다양한 컨텐츠로 구성해 놓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낙동강에 서식하곤 하는 철새들은 실제 모형으로 전시해 놓아서 생생함을 더했다. 마지막으로는 한 층 전체가 창문으로만 둘러싸여 있어 실내에서 망원경이나 쌍원경 등을 이용하여 철새들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공간에 갔는데, 아래층에서 봤던 새들의 모형도 무서울 정도로 실제와 같았지만 그래도 실제로 관찰한 철새들한테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우리가 을숙도에 온 주 목적! 자전거를 타러 갔다.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하는 친구들은 트램폴린을 타러 갔다. 자전거를 탄지 너무 오래되어서 자전거를 줄 서서 대여할 때부터 내 마음은 설렘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노란색 자전거를 받자마자 을숙도를 다 점령해버리겠다는 심산으로 쌩쌩 달리기 시작했다. 우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정말! (여행을 갔다 온 후 사진들을 보니 하나같이 ‘나 행복해요-’하고 이마에 딱 써 붙이고 있는 사진들 뿐이었다.) 자전거를 타는데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빗어주는 것 같았다. 그것도 너무나도 다정하게.

 

우리는 고3이 되기 전 마지막 여행이니 실컷 즐기고 마음이나 비우자는 의도에서 을숙도로 여행지를 정했었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슬프다. 마지막 여행이라니. 고3…..’ 이라는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전거 페달을 거침없이 밟는데, 자전거가 페달을 밟는 만큼 앞으로 씽씽 나가는데, 나도 앞으로 그럴 것만 같은 마음이 들면서 온갖 생각들이 있기나 있었냐는 듯 싹 사라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혼자서 을숙도 주위의 강 둘레를 돌면서, 흥얼거리면서 그저 행복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는구나!’

앞으로 잘될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듯이, 그렇게 담담하게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나 역시 자전거가 이렇게 나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지 미처 몰랐었다. 나는 을숙도에게서, 아니 자전거로부터 아주 큰 선물을 받은 셈이었다. 5반 친구들의 속마음을 알지는 못하지만, 5반 친구들 모두가 나와 같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시원한 바람을 느꼈기를!

우린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쌩쌩 달려가자!

얘들아, 우리 받아들이자, 아니 맞이하자, 고3을! 담담하게, 그리고 묵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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