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2013년 연구 성과 발표’

장애를 조기 진단하고 개입할 수 있는 체계마련 등 장애아동 가족에게 필요한 욕구를 살펴보는 연구가 진행됐다.

더불어 그동안 장애아동과 가족을 두고 ‘어려움’과 ‘가족해체’ 등 부정적인 면이 두드러져 왔던 인식에서 벗어나 ‘평범한 가정’이라는 인식을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긍정적 견해가 제기됐다.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지난 25일 ‘2013년 연구 성과 발표회’를 열고, 첫 번째 시간으로 ‘장애아동 및 가족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최복천 센터장은 “장애아동의 경우 다양한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어 연령별·장애유형별로 욕구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동은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전했다.

이어 “장애아동 중심의 바람직한 정책 방안 도출을 위해 장애아동의 특수한 생활실태와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한 가족은 하나의 체계로서 가족구성원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상호의존체계로, 장애아동은 물론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방안 도출에 활용할 수 있는 실태와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연구는 전국의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족의 실태와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시·도에 거주하는 장애아동 가족을 모집단으로 장애유형과 지역별로 할당 표집해 연구 참여자를 선정, 940인의 응답이 분석됐다.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조기진단 지원체계 필요

장애아동과 관련한 재활 및 치료, 지원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은 조기 발견을 통한 진단과 조기 개입이다.

연구에 따르면 장애를 발견하고 진단하는 데 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26.39개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 소요된다는 평가다. 또한 장애를 발견하고 진단을 받기까지의 기간은 1년 이하가 45.2%였으며, 3년의 기간 동안 전체 응답자의 80.5%가 진단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최 센터장은 “장애아동 가족이 장애를 발견하고 이를 진단하는 과정은 쉽지 않고,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기 어려워하거나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어디서 얻어야 할지 몰라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아동의 진단과정 뿐 아니라 진단을 받은 이후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심리·정서적 문제를 도와줄 안내자와 협력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병원 의사가 장애를 진단할 때 장애에 대해 어떻게 전달하고 표현해야 하는지, 어떠한 정보를 주어야하는지를 의무로 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장애자녀를 둔 대다수 부모들이 장애에 대한 인지 조차 없는 상태에서 진단만 받고 스스로 찾아나서야 하는 어려움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최 센터장은 “장애를 진단받는 단계에서부터 의사와 연결돼 장애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며 “조기 진단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재활치료 등을 제공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성천 교수 역시 장애진단과 이어질 수 있는 정보제공 등의 지원체계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는 단순히 장애의 조기 발견률에 치중하고 있다.”며 “발견 이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부분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장애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부모들의 혼란으로 장애발견과 조기 개입이 늦어지는 우려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전문의와 기관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장애아동이 가족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주목해 볼만한 조사가 포함됐다.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족이 장애아동으로 인한 긍정적 영향력을 분석한 것.

조사 결과 전체 평균은 4점 만점 리커트 척도에서 2.58점으로 나타나 다소 긍정적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아동을 양육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됐다(3.13점)’는 점이다. 더불어 ‘발전이나 성취를 보일 때 만족을 느낀다(3.02)’와 ‘구성원으로의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됐다(2.99)’, ‘다른 부모들과 공통된 입장과 관심을 나눌 수 있게 됐다(2.96)’ 등의 답이 이어졌다.

최 센터장은 “장애아동을 양육하면서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지만, 동반되는 긍정적 체험들이 자녀 양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상쇄 시킬 수 있는 힘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긍정적인 영향으로 가족을 바라보는 것은 장애아동을 가족 속에서 서로에게 희생양으로 만들어왔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장애아동이 ‘부담’이라는 병리적 관점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 최 센터장은 “어떠한 가정일지라도 성장과정에서 서로 배우고 애착을 갖는 과정이 있고, 가족갈등이 발생해 해결해 가는 과정들이 있게 마련.”이라며 “장애아동을 가족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이 가족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응집력을 높인다는 긍정적 부분을 바라보고, ‘장애’가 부각되는 사회의 인식을 탈피해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 역시 “사회는 ‘장애’를 ‘장애물’로 바라보는 편견을 갖고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않는 것을 전제하고 있었다.”며 “동등한 입장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애아동 가족’이 아닌 ‘평범한 가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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